[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9일 일본 금융시장에서 주식, 엔화, 채권이 동시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대한 우려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란 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종결까지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특히 일본은 원유 가격 상승이 경제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크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닛케이주가는 7% 가까이 폭락하고 있다. 유가 급등과 미국 고용 상황 악화가 경계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시아 시간대에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크게 하락한 것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또한 미국 반도체주 약세 영향으로 전기·정밀기기·기계·비철금속 등 인공지능(AI) 관련 및 수출 관련 종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금융주가 하락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은행·증권 등 금융주도 약세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가속을 통해 경기가 크게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 고용통계에서 고용자 수가 예상과 달리 감소한 것도 경기 불확실성을 높였다.
리소나 자산운용의 시모데 마모루 수석 전략가는 "해외 단기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을 사들여온 흐름이 역류하고 있다"며 "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계속 유지되면 미국 주가 하락폭이 커지고 일본 주식에도 추가 역풍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엔화는 달러 대비 158엔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원유 가격 상승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와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이 반영됐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은 엔화에 부정적이다. 시장에서는 "달러/엔 환율이 기술적으로도 상승 돌파 흐름을 보이고 있어 1~2일 내 160엔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엔화 약세가 진행되면서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엔화 매수·달러 매도)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우에다 마리토 SBI FX 트레이드 이사는 "159엔이 보이면 실제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달러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달러 매수가 계속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세가와 큐고 미즈호은행 국제외환부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과 유가 상승에 따른 달러 강세는 투기적 움직임이 아니라 펀더멘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달러/엔 환율이 160엔에 근접하더라도 일본 금융당국이 개입을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시장은 초장기 국채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했다. 유가 상승과 엔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매도를 부채질했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와 재정 확대 우려에 더해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가격 변동 위험이 크기 때문에 위험 축소 움직임이 나타나 초장기 채권 하락폭이 커졌다.
메이지야스다 자산운용 채권운용부 오사키 슈이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가 상승이 경기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 채권은 매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goldendo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