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해상운임·보험료 인상으로 전이 가능성
환율 1500원 위협…수입 식품 도착 원가 '이중 압박'
밀 자급률 1%…제분업계 구조적 취약성 부각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이 확산되며 중동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 유가와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해상운임과 에너지 비용 상승 우려가 커지자 식품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기업들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제 물류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실제 봉쇄될 경우 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국제 유가 급등은 물론 해상운임 상승과 전쟁 위험 보험료 인상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12% 가까이 급등했고, 브렌트유 역시 13%까지 치솟는 등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유가 상승이 장기화될 경우 부담은 물류비로 확산된다. 선박 연료비 인상은 해상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고, 전쟁 위험이 커질수록 보험료와 각종 할증료가 추가된다. 항공 운송 역시 항공유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이 같은 운송 비용 증가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농산물과 가공식품, 와인·치즈 등 수입 식품의 국내 도착 원가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면 원화 기준 수입 단가는 더욱 빠르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현재는 기존 계약 물량과 비축 재고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하반기 신규 계약 물량부터는 높아진 운임과 환율이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제분업계는 특히 취약한 구조다. 국내 밀 자급률은 1% 안팎으로 사실상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유가와 운임 상승은 밀 수입단가(CIF 기준)에 직접 반영되고,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넘어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는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원맥 수입 비용이 이중으로 압박받는다. 원맥은 신선도가 품질을 좌우해 적기 수송이 중요한데, 우회 항로 이용이나 선박 적체가 발생하면 운송 기간이 수주에서 한 달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 이는 원료 수급 차질과 공장 가동률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분업계는 이미 국내 담합 의혹으로 가격 인하 조치를 단행한 상태여서 외부 충격의 체감 강도가 더 크다. 앞서 공정위는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 7개 제분사의 밀가루 B2B 가격 담합을 적발하고 최소 10% 이상 인하와 재산정 명령을 내렸다. 일부 업체는 추가 인하 방침도 밝혔다. 조 단위 과징금 리스크까지 안은 상황에서 유가·환율·운임 상승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이 심화되는 구조다.
정부는 최근 식품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주요 식품기업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원가 상승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소비자 체감 물가를 고려한 신중한 가격 정책을 주문하는 등 사실상 '가격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동발 리스크로 원가 부담이 확대될 경우, 업계는 비용 상승과 정책 압박 사이에서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제분업계 관계자는 "물류비와 환율 추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물가 안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 부담이 상당히 확대됐다"며 "원재료 가격과 환율 변동성이 동시에 커질 경우 비용 관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