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백기투항을 촉구했다. 무력으로 이란의 군사력을 궤멸 상태로 몰고가면 협상(항복협상)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수순이지만 말처럼 수월하지 않다. 장기전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결기를 드러내며 항복을 종용하는 이유다.
전장은 숱한 변수들로 채워진 공간이라 위장된 결기가 진성 결기로 돌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런 변화무쌍은 향후 트럼프의 교란술에 의해 증폭돼 당분간 글로벌 경제와 자산시장 내 불확실성으로 남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대강의 군사작전 기한은 4주다. 지난해 6월 전개된 12일간의 전쟁, 올 초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 걸린 시간보다 많이 길다. 한발 더 나아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미군의 인명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가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전쟁 장기화가 불러올 정치적 위험을 얼마나 감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시간 1일 영상 연설을 통해 아직은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1. 완전한 항복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는 크게 3가지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철저히 꺾어 핵 야욕을 포기시키는 것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 등 방위산업기반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란이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하수인들을 더 이상 거느리지 못하도록(지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단숨에 거머쥘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은 이란의 무조건적 항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 작전으로 이란 내 수백 개 목표물을 타격했고, 여기에는 혁명수비대 시설, 9척의 함정, 이란 공중방어 시스템도 포함됐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이란 전체 군사 지휘부가 제거됐고, 많은 지휘관이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항복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군경을 향해서는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군사작전이 전방위로 전개중이라면서 모든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미군 희생자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지만 대의를 위해 일정 희생은 감내할 필요가 있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지금은 그렇게 해야할 중대한 분수령에 있다는 인식과 각오가 돼 있다는 의지를 보였다.

2. 하메네이 추종하는 테러집단과 대화 없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사망 이후 꾸려진 3인 체제의 임시 지도부는 하메네이를 추종하는 강경파들로 채워져 있다. 하메네이는 제거됐지만 제2, 제3의 하메네이들이 권좌에 있고 임시지도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들도 있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 군대를 키우는 정권이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손에 쥐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으며 "피에 굶주린 테러 정권과 마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상대의 항전 의지가 꺾이지 않아 당장의 협상 재개는 무의미하다는 맥락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이란 신정체제를 결사옹립하는 이슬람혁명수비대가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이란 임시 지도부의 보폭 역시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망한 하메네이는 이란 신정체제의 정점이자 상징적 존재였지만 사실상 (이란 현실 정치의 작동 구조 측면에서) 이란의 신정체제는 혁명수비대와 등가의 개념이라 해도 무방하다.
때문에 완전한 항복을 쟁취하려면 이론상 혁명수비대의 기반을 궤멸시키는 게 먼저다.
다만 이러한 목표를 지금과 같은 공중 폭격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 지상군 투입까지 불사해야 한다. 가능할까. 현재로선 확률이 낮은 선택지다. 만에 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마저도 감내하겠다고 들면 이란 전쟁은 깊은 장기전의 수렁으로 빠지는 것은 물론 전쟁의 양상도 달라진다.
이 경우 중간 선거를 앞두고 늘어나게 될 미군 희생자와 마가(MAGA) 진영내 균열, 애꿎게 남의 전쟁에 끼어들지 말고 내치와 복리후생에 전념하라는 목소리를 감당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 통신이 입소스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27%만이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43%에 달했다.

3. 유연성과 불확실성...깊어지는 경기불안
앞서 트럼프는 군사작전이 끝나면 이란의 민중들이 봉기해 정부를 장악하라고 호소했지만 시아파 성직자가 지배하는 이란의 통치체제를 민주공화정으로 바꾸기란 이란 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난제다. 트럼프와 그 주변 고문들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어느 시점에 협상은 재개될 것이다.
대략 4주라는 전투 수행 기간을 제시했지만 트럼프 특유의 유연성은 이 시한의 의미를 양방향으로 모두 반감시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일(현지시간) 오전 애틀랜틱(The Atlantic)과 전화 인터뷰에서 "그들(이란의 임시 지도부)이 대화를 원하고 있고, 나도 동의했으므로 그들과 대화할 것이다. 진작 그랬어야 했다. 그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고 밝혔다. 해당 인터뷰 이후 나온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전형적인 화전양면술에 가깝다.
문제는 휴전 논의와 핵 협상이 재개된다 해도 미국이 바라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다. 그 성과를 위해서라도 트럼프의 폭격은 당분간 더 맹렬해져야 할 것이다. 이 과정은 상대가 있는 게임이라 예기치 않은 많은 변수들로 채워진다. 상대를 교화시키기보다 맞지 않는 상대를 제거하는데 전념하는 트럼프의 성향과 이란의 결사항전 의지가 충돌하는 동안은 더 그렇다.
그런 와중에도 물밑 협상은 진행될 수 있지만, 계속 공회전에 그친다면 전쟁은 일전일퇴가 반복되는 장기전으로 흐를 수 있다.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을 정밀 타격하는데 투여했던 12일간의 전투, 베네수엘라의 마두루 정권을 솎아내는 데 걸렸던 시간과는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 해군의 봉쇄가 아니라, 해운 선사들의 방어적 우회로 사실상의 봉쇄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 유가가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칠 충격도 길어진다.
앞서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안(플랜B)을 통해 관세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재연된 관세발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경영(투자 및 채용)에 그늘을 드리운 상황에서, 유가 들썩임이 커지면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되며 기업들의 매출둔화가 현저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자라날 수 있다.
유가 급등이 내수를 압박할 위험이 의식되는 상황에서 물가압력을 우려한 연준의 대응이 지연될 위험은 자산시장내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으로 표출될 수 있다.
osy75@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