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 물가 압박에 정책 조정 가능성… 韓 수출업계 주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그 파생상품에 부과해온 고율 관세의 적용 범위를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관세 계산 방식이 지나치게 복잡해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고려한 실무적 조치로 해석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7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규정 준수를 위해 일부 관세가 적용되는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및 그 파생상품에 부과 중인 50% 관세의 적용 범위가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리어 대표는 "일부 기업이 관세 규정 준수를 위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며 "기업들이 회계·숫자 계산(bean counting)에만 매달려 정작 회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철강·알루미늄 원자재뿐 아니라 해당 금속이 일정 비율 이상 함유된 가전제품·부품 등 파생상품(derivatives)에 대해 금속 함유량을 따져 복잡하게 관세를 계산하는 현행 방식의 개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정 검토의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부담과 이에 따른 정치적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식음료 캔, 세탁기, 오븐 등 생활용품 가격을 끌어올리는 일부 관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절반 이상(52%)이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응답하는 등 민심 이반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행정부 내부에서도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세 품목 재검토와 집행 체계 단순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지난 13일 "일부 부수 품목에 대한 명확화나 축소 조정이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며 정책 수정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 대한 관세 범위를 실제로 축소하거나 적용 방식을 단순화할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들의 부담도 일정 부분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가전, 자동차 부품, 기계류 등 철강·알루미늄을 상당 부분 사용하는 품목들은 파생상품 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가격 경쟁력 저하와 통관·원가 계산에 따른 행정 비용 증가에 직면해 왔다.
다만 그리어 대표는 "철강 및 알루미늄 원자재 관세 정책은 매우 성공적이었으며 유지될 것"이라고 못 박아, 핵심 품목에 대한 보호무역 기조는 견고함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실제 조정 대상은 핵심 원자재가 아니라 물가 영향이 크고 관세 산정이 복잡한 가전, 식음료 캔 등 파생상품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