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소 비율 78% 육박
성남·파주 등 지자체 소송서 연달아 패소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법적 분쟁에 휘말리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소송 비용과 충당부채가 실적 악화로 이어져 올해 6만가구 착공 등 정부의 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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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5년(2021~2025년) LH 소송 통계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 5년 만에 1.8배 폭증한 LH 소송…보상금 분쟁 많았다
17일 본지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가 지난해 진행한 소송 건수(제·피소) 총 65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2021년 367건에 머물렀던 소송 건수는 ▲2022년 414건 ▲2023년 439건 ▲2024년 559건으로 해마다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5년 사이 소송 규모가 1.8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LH가 원고로써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소송을 당하는 피소 사건의 비중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기준 512건을 기록해 전체 소송의 78.2%를 차지했다.
사건 유형별로는 '보상금 관련 소송'이 5년 연속 가장 많았다. 2021년 전체 소송의 38.7% 수준이었던 손실보상금 및 보상금 증액 청구 등 보상 관련 소송 비중은 2024년 67.8%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전체의 과반인 52.8%(346건)가 보상 관련 분쟁이었다.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사업 과정에서 토지주나 이해관계자와의 보상 갈등이 원만히 봉합되지 못하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1분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임에도 주요 판결들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지법 민사11부는 최근 청라시티타워㈜가 LH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양측은 지난 2017년 2월 사업 협약을 맺었으나 공사비 분담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LH는 공사비 상한부터 우선 정하자고 했으나 청라시티타워와 협의가 되지 않자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업협약 해제 사유로 인정하기 어려워 해제 통보가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수원고법 행정1부도 이달 5일 LH가 성남시를 상대로 낸 4657억원 규모의 개발부담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유지했다. 쟁점은 개발이익 계산법이었다. LH는 판교신도시에서 임대주택을 짓느라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해 부담금을 2900억여원 수준으로 깎아달라고 주장했다. 반대로 재판부는 땅을 다지는 '택지 조성'과 그 위에 집을 짓는 '임대주택 건설'은 엄연히 다른 사업이라며 LH의 계산 방식이 틀렸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1심과 같이 성남시가 재산정한 3731억여원을 적정 부담금으로 확정했다.
유사한 시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2민사부 역시 LH가 파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운정지구 사업정산금 반환 청구를 기각했다. LH는 2024년 운정1·2지구 사업비 손실부담액 2559억원을 정산해달라고 주장했다. 국토연구원 검증 손실액의 50%를 공동사업자인 파주시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LH의 산정 금액에 대한 적격 증빙이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법적 분쟁, 경영 효율성 갉아먹어"…주택 공급 발목 잡나
LH의 공적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분쟁의 증가는 자연스러운 수순일 수 있으나, 정부의 공급 대책 이행으로 어깨가 무거워진 현시점에서 법적 리스크 확대는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소송이 장기화할수록 변호사 선임료와 법률 자문료 등 막대한 소송 비용이 누적되어 영업외비용을 증가시키고 향후 확정될 현금 유출 부담까지 가중돼 재무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해서다.
실제로 LH의 실적 지표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조8336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5695억원) 대비 28.6% 줄었다. 영업손실은 42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상반기 7929억원에서 올해 32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송 패소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두는 장기법적소송충당부채마저 증가세다. 같은 기간 2867억원으로 전년 동기 2799억원 대비 2.4% 늘었다. 향후 패소 판결이나 합의금 지급 등으로 인해 실제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심혜인 한국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계류 중인 소송 사건은 자본 유출 가능성이 높을 경우 회계상 충당부채로 공시된다"며 "초기에는 우발부채로 분류되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충당부채로 전환되어 재무에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재무 불안정성은 LH의 올해 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LH는 올해 지난해 실적(5만가구)보다 20% 늘어난 6만가구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공 부문이 앞장서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목표다. 하지만 예고된 조직 개혁과 맞물려 사법 리스크까지 가중될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학계에서도 기업이 직면한 소송 리스크가 단순한 비용 지출을 넘어 경영 전반을 흔드는 악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나형종 세명대 교수는 "예상 소송 비용은 기업의 비정상적인 수익률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기업에 제기되는 소송은 경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나아가 금융시장의 위축까지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회사가 피소를 당하는 소송 사건의 발생은 기업에 명백한 악재로 작용하며, 이에 대해 시장은 즉각적인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며 "금전 소송에 관한 제기 공시가 뜨면 음(-)의 누적 초과 수익률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