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즉각 소송 예고 속 대법원 판결이 최후 분수령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2일(현지시간) 온실가스가 인체 건강과 복지를 위협한다고 규정해 온 이른바 온실가스 '위해성 판단(Endangerment Finding)'을 공식 폐기했다. 2009년 도입된 이 판단은 연방정부가 청정대기법을 근거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할 수 있게 한 미국 기후 정책의 핵심 법적 토대로, 이번 조치로 미 연방 차원의 기후 규제 체계 전반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른바 '위해성 판단'을 공식적으로 종료한다"며 "이는 미국 역사상 단일 조치로는 가장 큰 규제 완화"라고 자평했다. 그는 기존 정책을 "오바마 시대의 재앙적 유산"이자 "기후 사기(Green New Scam)"라고 강력히 비난하며, 이번 조치로 1조 3000억 달러(1755조 원) 이상의 규제 비용이 사라지고 신차 가격이 대당 약 2400달러(320만 원)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의 핵심인 '위해성 판단'은 이산화탄소 등 6대 온실가스를 청정대기법상 규제 가능한 오염 물질로 간주한 2009년 EPA의 결정이다. 이를 근거로 차량 배출가스 기준과 전기차 의무화 정책 등이 추진되어 왔다. 젤딘 청장은 "잘못된 과학과 과도한 규제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이제 자동차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거나 보고해야 하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경 단체와 과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단체 어스저스티스(Earthjustice)는 성명을 내고 "EPA가 정착된 과학과 법을 외면하고 오염 산업의 이해를 위해 미국인을 기후 오염으로부터 보호할 책임을 버렸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소송 방침을 밝혔다.
반면 보수 진영과 에너지 업계는 온실가스 규제가 에너지 비용을 높이고 화석연료 발전과 제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왔다고 주장하며, 이번 조치가 미국 에너지 지배력을 되찾고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곧바로 대규모 법정 다툼으로 이어져 최종적으로는 연방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연방 규제가 약화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州)와 국제사회가 자국·자체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