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삼성전자 vs '수평' 하이닉스 주가 반응 달라
[서울=뉴스핌] 송기욱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반도체 산업의 핵심 병목 자산으로 부상했지만, 자본시장이 이를 평가하는 방식은 기업마다 달랐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직계열화와 수평적 협업이라는 전략 선택 자체보다, 각 전략이 실제로 통제력 강화나 양산 능력 확대로 이어졌는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김청 동아대 교수는 최근 국제 학술지 응용과학 저널(Applied Science)를 통해 공개한 공동 논문 'HBM 산업에서의 수직·수평 통합 전략과 시장이 반영한 기업 가치(Vertical vs. Horizontal Integration in HBM and Market-Implied Valuation)' 에서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전략이 시장 가치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실증 분석했다.
연구진은 해당 기간 동안 HBM 관련 뉴스 기사를 수집한 뒤, 텍스트 마이닝 기법을 활용해 두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수직계열화와 수평적 협업으로 구분했다. 이후 각 전략이 언론 보도에서 얼마나 강하게 드러났는지를 수치화해, 실제 주가 움직임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삼성전자의 경우 공정 내재화나 설계·패키징 통합 등 운영 중심의 수직계열화 전략은 주가와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리스크 통제와 같이 지배력 강화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건은 시장 가치와 유의미한 양(+)의 관계를 나타냈다. 시장이 삼성전자의 수직계열화 자체를 새 정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통제력이 실제로 강화되는 순간에만 반응했다는 해석이다.

SK하이닉스는 양상이 달랐다. 협업 구조나 에코시스템, 플랫폼 구축을 강조한 보도는 주가와 큰 관련이 없었지만, 벤더와 함께 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스케일업이나 공동개발을 통한 양산 실행력과 관련된 뉴스는 시장 가치 상승과 뚜렷하게 연결됐다. 협업 선언보다 협업이 실제 생산과 매출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된 셈이다.
연구진은 HBM처럼 기술적 병목이 분명한 산업일수록 전략의 방향성보다 실행 결과가 자본시장에서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같은 HBM 경쟁 국면에서도 삼성전자에는 '통제력의 가시화', SK하이닉스에는 '협업을 통한 양산 능력'이라는 서로 다른 잣대가 적용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호재·악재 분석을 넘어, 기업의 전략 아키텍처가 자본시장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생성형 AI 시대 HBM 경쟁에서, 시장은 전략을 믿기보다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는 결론이다.

oneway@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