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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쟁탈전] ④ 서반구 원자재 공급망에 도사린 꼬리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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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커피, 칠레 구리, 브라질 대두 대규모 수출
먼로 독트린 확대 시 공급망 차질·리스크 프리미엄 급등 가능성

[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는 숫자로만 보면 세계 경제의 변두리다. 유엔 라틴 아메리카 경제위원회(ECLAC)에 따르면 이 지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세계의 7.3% 수준, 인구 비중도 8% 안팎에 그친다. 

하지만 곡물·구리·리튬·석유 같은 주요 원자재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이 지역은 주변부가 아닌, 전 세계 상품(commodity) 공급과 가격을 흔들 수 있는 핵심부의 위상을 점한다.

때문에 향후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름의 합성어)'으로 무장한 미국의 군사적 정치적 개입이 빈발할 경우 세계 경제가 고통을 받는 주요 경로도 원자재 시장이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 정세 전반이 빠르게 안정되고 미국의 투자금 유입으로 이 지역의 원유와 광물 생산이 늘면 중장기적으로 원자재 가격은 오히려 안정될 수 있다.

정반대의 경우엔 원자재 가격에도 정반대의 위험이 생겨난다. 아직은 높은 확률의 위험이라기보다 전형적인 꼬리위험(tail risk, 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일어나면 금융시장과 경제 전체에 매우 큰 손실과 충격을 주는 위험)에 해당한다.

현재로서는 베네수엘라가 극한 내전에 휩싸일 위험, 나아가 중남미 전역이 패권국의 전쟁터로 돌변할 위험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하는 전문가는 없다. 다만 (고강도의 긴장은 아니라 해도) 서반구의 달라진 지정학적 토대로 인해 "원자재는 남미가 캐고, 인플레이션은 전 세계가 나눠 내는" 무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세계 경제에 묵직한 부담으로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1.08 mj72284@newspim.com

◆ 돈로 독트린, 남미 지정학의 균열 가능성

트럼프 행정부는 베네수엘라 공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을 먼로 독트린의 연장선에서 정당화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반복돼 온 미국의 중남미 개입 역사가 재방영 중인데, 드라마 전개의 속도는 가히 역대급이다. 

당초 1823년의 먼로 독트린은 유럽 열강의 서반구 재식민화를 막겠다는 방어적 선언에 가까웠지만 20세기 초 루스벨트 추론(Roosevelt Corollary)을 거치면서 미국의 중남미와 카리브해 일대에 대한 군사 개입을 정당화하는 원칙으로 변질됐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의 석유 매장량과 금·콜탄 등 전략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국영기업의 자금과 영향력이 깊게 뿌리내린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의 이번 군사 행동은 마약 퇴치와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내몰고 미국 중심의 자원 체제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논리가 콜롬비아(커피·석탄), 페루·칠레(구리·리튬), 브라질(대두·옥수수) 등으로 확장될 경우 남미의 지정학적 토대는 미·중 경쟁의 완충지대를 벗어나 직접 충돌의 전선으로 바뀔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충격이 큰' 꼬리위험이다.

1960~1970년대 칠레의 지정학적 불안과 구리 값 상승은 이 같은 꼬리위험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구리가 수출의 70~80%를 차지하던 시절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는 구리 등 전략 자원의 국유화 계획을 추진했다. 칠레의 대형 구리 광산을 지배하고 있던 미국 기업과 워싱턴 조야는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은 칠레에 대한 신용을 차단하고 구리 재고 방출 및 대출 제한 압박을 가했다. 1970년 11월 출범한 아옌데 정권은 1973년 9월 쿠데타로 무너졌지다.

이 과정에서 (1973년 초부터 1974년 봄까지) 구리 가격은 약 3배 가까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칠레의 정정 불안, 그리고 미국과 갈등이 구리의 위험 프리미엄을 증폭시킨 중요한 재료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가 쨰려본 콜롬비아, 커피·석탄

콜롬비아는 전 세계 커피와 석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콜롬비아는 세계 3위의 커피 수출국으로, 글로벌 커피 교역의 약 7%를 차지한다. 2024년 미국으로만 약 2억 4400만 kg의 커피를 수출했다. 미국 시장에서 공급 점유율도 19%에 달해 브라질 다음이다.

콜롬비아산 석탄 역시 중요하다. 2023년 기준 콜롬비아 석탄 수출액은 80억~9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16%를 차지했다. 수출 물량은 4800만~6000만 톤에 달해 세계 석탄 수출에서 4~5% 비중을 차지했다. 글로벌 석탄의 중상위 공급국이다.

불행히도 트럼프 대통령과 콜롬비아는 궁합이 별로다. 마두로 체포작전 직후 트럼프는 "콜롬비아도 아주 아프다"며 "마약, 특히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병든 사람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고 비난했다.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이다.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거 괜찮게 들린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침공과 카리브해 군사 긴장이 콜롬비아 해역과 국경으로 번질 경우 석탄·커피의 수출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경우 콜롬비아 항만을 오가는 선박들이 내야할 보험료도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치솟게 된다. 이는 운임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대두.[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1.08 mj72284@newspim.com

◆ 전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 브라질 

트럼프의 '편의적 무력행사'를 동반한 중남미 개입이 빈발할 경우 세계 곡물 시세도 들썩일 위험이 높아진다. 특히 오는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돈로 독트린'이 작정하고 브라질 좌파정당과 경제를 압박할 경우 대두와 옥수수 가격에 미칠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대두 수출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2024년 브라질 대두 수출량은 9900만~1억 톤, 2025년에는 1억 200만 톤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2024년 기준 브라질 대두 수출의 73~76%는 중국으로 향했는데, 2025년에는 그 비중이 79.9%까지 높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은 세계 2위의 옥수수 수출국이기도 하다. 2024년 수출량은 3700만 톤을 기록했는데, 2025년에는 4100만 톤까지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는 화기애애와는 거리가 멀다. 한때 남미의 '리틀 트럼프'로 불렸던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두고, 트럼프는 '마녀사냥'이라고 맹비난했다.

룰라 대통령은 미국의 최근 베네수엘라 군사작전에 대해 "독립 국가(베네수엘라) 주권에 대한 중대한 모욕 행위"라고 강도 높게 규탄했다. 남미 전체에 극도로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도 했다.

어떤 빌미가 됐든 이 불편한 관계가 미국의 브라질 제재로 이어진다면 브라질 곡물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생겨난다. 특히 미국의 남미 세력 확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의 시선이 브라질로 향할 가능성은 더 크다. 브라질은 중국과의 농산물·에너지 협력을 꾸준히 강화해 왔다. 

◆ 페루·칠레의 구리·리튬, 에너지 전환의 허리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인프라를 지탱하는 주요 금속의 남미 집중도는 더 두드러진다. 남미에는 전 세계 구리 매장량의 3분의 1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칠레와 페루가 자리한다. 칠레는 2024년 약 550만 톤의 구리를 생산했다. 세계 생산의 24%를 담당했다. 

미국은 이 구리 공급망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칠레산 구리 수입액은 62억 달러로 집계되며, 일부 분석은 2025년 들어 미국의 칠레산 구리 음극(cathode) 수입이 사상 최대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본다. 

배터리 시대의 '새 석유'로 떠오른 리튬도 남미에 집중돼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칠레·아르헨티나·볼리비아로 이어지는 '리튬 삼각지대'가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 공급량의 약 30%를 책임진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리튬 수입액은 2024년 약 4억3200만 달러였으며, 그 중 칠레가 61.7%, 아르헨티나가 35%를 공급했다는 통계도 있다.

현재로서는 남미 전체가 동시에 정치·군사적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일단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구리·리튬·은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전기차·배터리·전력망 투자 비용이 급격히 뛰는 꼬리위험 시나리오가 된다.

칠레 차그레스(Chagres)에 있는 앵글로 아메리칸의 제련소에서 녹아 있는 구리.[사진=로이터 뉴스핌] 2026.01.08 mj72284@newspim.com

◆ 실물 공급 충격·리스크 프리미엄 급등...결국 소비자 물가 타격

이 같은 상황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할 수 있다.

우선 실제 공급 자체가 차질을 빚는 경우다. 베네수엘라 침공과 (미국과 잔존 마두로 친위세력의 갈등이 심화할 경우의) 추가 제재, 더 나아가 콜롬비아나 브라질 등으로 미국의 개입이 확대하면 곡물 및 광물 수출 항만과 파이프라인·철도·도로의 일부가 전쟁이나 안전 문제로 폐쇄될 수 있다. 보험료와 물류비 폭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른 실효 공급량 감소는 곡물·구리·리튬·석유 가격을 밀어 올리는 가장 직접적인 경로다.

리스크 프리미엄의 상시화 역시 원자재 가격에 반영될 수 있다. 공급 물량 감소는 크지 않더라도 남미 전체가 '상시 지정학 위험 지역'으로 인식되면, 선물과 옵션 시장에서 위험 프리미엄이 구조적으로 붙게 된다. 구리와 리튬처럼 수요 증가가 가파른 품목에서 이러한 긴장 고조는 과거 평균보다 한 단계 높은 가격대에 시장이 고착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 같은 압박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소비자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곡물 가격 상승은 식용유·빵·면·축산물·유제품 등 식품 전반의 원가를 끌어올려 각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식품 항목을 자극한다. 구리·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력·가전·자동차·건설자재 비용에 반영돼 근원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치며, 리튬·니켈·코발트 가격 상승은 배터리와 전기차, 저장장치의 생산비를 높여 이른바 '그린 인플레이션'을 강화할 수 있다.

mj7228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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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도 없네"…청계천 자율주행버스로 달린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버스가 스스로 달리는 것도 신기한데, 창밖으로 야경까지 볼 수 있네요."(서울시민 박모(53)씨) 지난 22일 저녁 청계광장 '청계 A01' 정류장. 은색 자율주행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에 줄을 서 있던 시민들이 기대에 찬 얼굴로 하나둘씩 버스에 올라탔다. 운행 시작까지 20분가량 남은 시점에 이미 정원 8석이 모두 찼다. 길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버스 사진을 찍었다. 버스 내부에는 운전석이 있어야 할 앞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운전대와 브레이크도 없었다. 그러나 버스는 일반 차량과 다름없이 도로 위를 달렸다. 옆차선에서 갑작스레 차가 끼어드는 상황에서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속도를 줄였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22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 정류장에 '청계 A01'이 정차돼 있다. 2026.10.22 blue99@newspim.com 서울시는 이날부터 청계천 자율주행버스 '청계 A01'의 야간 운행에 돌입했다. 청계 A01은 '청계광장~청계3가(세운상가)~청계5가(광장시장)' 4.8km를 왕복으로 오간다.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기존에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50분까지 운영됐다. 앞으로는 주간 운행을 중단하고 첫차가 오후 7시, 막차가 밤 11시에 청계광장에서 출발한다. 해당 노선에는 차량 2대가 투입돼 순환 운행한다. 양방향 총 11개의 정류소에 정차한다. 청계광장 기준 30분 간격으로 하루 9회 운영한다. 운영은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맡는다.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 등에서 '청계 A01'을 검색하면 정류소 위치와 실시간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버스를 야간 시간대에 정기 운행하는 것은 국내 최초다. 서울시는 청계천이 광화문·종로·을지로 일대의 관광명소와 상권이 이어지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퇴근 이후에도 산책, 식사, 관광 등을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많아 심야 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계 A01 노선 인근에는 광화문광장, 보신각 등 명소와 종각·관철동의 음식점 거리, 을지로 상권, 광장시장 등이 위치한다. 서울시는 이번 야간 운행이 청계천을 중심으로 형성된 관광명소와 상권을 하나의 교통축으로 연결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조수민 기자 = '청계 A01' 내부 좌석. 2026.10.22 blue99@newspim.com 이날 현장에서는 야간 시간대 운영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청계광장에서 버스에 올라 광장시장에서 하차한 김모(29)씨는 "직장인들은 밤에 버스를 운영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야간 운영 방식이 반갑다"며 "목적지까지 갈 수 있으면서도 자율주행버스를 체험해볼 수 있어서 좋다. 향후에도 또 탈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율주행버스로 서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집트에서 여행을 왔다는 30대 마리얌씨는 "지나가다가 우연히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궁금해서 타봤는데 색다른 경험이라 좋다"며 "서울의 밤거리를 구경하면서 새로운 기술까지 경험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8일부터 31일까지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했다. 해당 기간 452명이 버스에 탑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계천 일대는 밤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아 자율주행버스 야간 운행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실제 서울시민과 내국인·외국인 관광객 등 다양한 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계 A01은 자율주행하다가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안전관리자가 조이스틱으로 수동운전한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운행 시간대를 주간에서 야간으로 전환한 만큼 안전성 확보에 더욱 주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8월 야간 시간대 시범운행을 실시하면서 외부 전문가와 함께 안전성을 미리 검증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자율주행버스의 정규 대중교통수단 정착을 위해 단계적인 유료화를 추진한다. 서울 순환버스 요금(1400원) 수준을 고려 중이다. 우선 야간운행 초기에는 시민들이 부담 없이 체험할 수 있도록 무료로 운영한다. 요금은 부과되지 않지만 탑승 시 교통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밤을 체류와 소비의 시간으로 만드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청계 A01 야간 운행이 시민들의 야간 이동 편의를 높이고 지역 상권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blue99@newspim.com 2026-10-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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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佛 시위가 한국에 던지는 경고는? [세종=뉴스핌] 김범주 기자 = 프랑스 주요 도시들이 대규모 시위에 이어 폭력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열악한 교육 환경에 반발한 고등학생들의 시위에 생활비 상승과 공공서비스 축소, 불평등에 불만을 품은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사회적 혼란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반발까지 겹쳤다. 그 배경에는 누적된 재정적자가 자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가 2027년 예산안에 약 540억 유로 규모의 지출 절감 방안을 담겠다고 밝힌 것이 '저항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가 없다면 내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5%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게 프랑스 정부의 추산이다. 한국 경제는 이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200억달러를 넘어섰고, 세수는 정부 예상보다 63조원 넘게 더 걷힐 전망이다. 하지만 연초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제외한 성장률은 1%대에 그쳤다. 특정 산업의 호황에 기댄 세수 증가를 바탕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이 지속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비와 유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복면을 쓴 한 시위자가 불타는 자전거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실적 따라 출렁이는 법인세…의무지출은 계속 불어나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수출 확정치는 1211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83.7% 늘었다. 월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605억달러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나라 곳간도 두둑해졌다. 올해 국세수입은 추가경정예산 대비 63조20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세입 전망은 더 낙관적이다. 2027년 국세수입 예산안은 584조4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194조2000억원 늘었다. 특히 법인세는 216조7000억원으로 올해 추경 기준보다 115조4000억원 많다. 문제는 법인세가 경기와 기업 실적에 민감한 세목이라는 점이다. 실제 법인세 수입은 2022년 103조6000억원에서 2023년 80조4000억원, 2024년 62조5000억원으로 2년 만에 41조1000억원 줄었다.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악화와 세제 변화 등이 맞물리며 대규모 세수 결손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밖으로 눈을 돌리면 성장 동력도 뚜렷하지 않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제시한 IT 부문 제외 성장률은 1.4%에 그쳤다. 반도체 기업들이 수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동안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감소했다. 수출과 세수는 호황인데 일자리와 내수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양극화가 이어지고 있다. 세수는 경기 흐름에 따라 급변할 수 있지만, 한번 늘린 지출은 다시 줄이기 어렵다. 호황기에 늘어난 세입을 토대로 장기간 이어가야 하는 사업을 확대하면, 경기 하강기에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기 전망도 밝지 않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GDP 대비 의무지출 비율은 2025년 13.9%에서 2072년 21.6%로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의무지출에는 연금과 복지급여, 지방이전재원, 이자지출 등이 포함된다. 전체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4.4%에서 64.3%로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가 쓰는 돈 100원 가운데 64원 이상을 법률과 기존 제도에 따라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장기재정전망에서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5년 71.5%에서 2055년 126.3%까지 오를 것으로 추계됐다. 현행 제도와 일정한 경제·인구 가정을 전제로 한 전망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채무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국과 프랑스의 국가채무비율은 통계 범위가 다르다. 한국의 장기전망은 국가채무(D1)를, 프랑스는 일반정부부채(D2)에 해당하는 범위를 쓴다. 숫자만 단순 비교해 한국의 재정 상황이 프랑스보다 나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시위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위기 때 늘린 지출, 끝내 되돌리지 못한 프랑스 재정 측면에서 프랑스 위기를 들여다보면, 경기침체기에 늘린 지출을 이후 충분히 줄이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6년 프랑스 경제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프랑스와 유로존은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을 비슷한 폭으로 늘렸다. 하지만 2019년까지 유로존이 증가분의 약 4분의 3을 되돌린 반면, 프랑스는 절반가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그 결과 2019년 프랑스의 GDP 대비 기초재정지출은 금융위기 이전보다 2.1%포인트(p)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여기에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 지출 증가와 코로나19·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불어난 재정 부담이 더해졌다. 올해 2분기 말 프랑스 정부부채는 3조5955억유로로 GDP의 119%에 달했다. 전 분기보다 1.5%p 높아진 수치다.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성은 커졌지만 교육·복지·생활비 지원 등 공공서비스 확대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긴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배경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북미·유럽팀장은 "프랑스 사태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불만, 생활비 부담, 사회적 불평등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다만 장기간 누적된 재정적자가 정부의 대응 여력을 제약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이 열린 지난 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7세대)를 관람하고 있다.[사진=뉴스핌DB] ◆ 반도체가 벌어준 '골든타임' 고령화는 한국에 더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OECD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20~64세)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2024년 한국이 29.3명으로 프랑스(40.2명)보다 적었다. 그러나 2054년에는 한국 84.5명, 프랑스 53.4명으로 역전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2030년 한국의 GDP 대비 연금 지출이 0.7%p 늘어 프랑스(0.1%p)의 7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프랑스의 재정 여건과 사회·정치적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한번 늘린 지출의 지속 가능성과 향후 구조조정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늘린 지출을 앞으로 들어올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라며 "정부가 구상 중인 미래대응기금이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일반회계에서 100조원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그만큼을 기금에 넣는 게 바람직한지는 정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장기적인 재정위기로 가는 길을 택했다기보다는 새로 생긴 세원을 두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되돌릴 수 없는 지출에 세수를 모두 쓰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 시간을 미래에 쓸 돈을 마련하는 데 쓸지, 미래에도 계속 돈을 써야 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쓸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wideopen@newspim.com 2026-10-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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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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