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특위 띄웠지만…핵심 현안 조정력 여전히 시험대
'최대 현안' 고교학점제 권고 한계…교육부도 '장관 지침' 부담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차정인 위원장 취임과 함께 제2기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한 지 100일을 넘겼다. 위원 간 내홍과 이배용 전 위원장의 '금거북이' 의혹 등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국교위 정상화'에 닻을 올렸지만, 고교학점제 개선안처럼 핵심 현안에선 교육부와 '권고'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러 한계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국교위를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법제화하고, 입법·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평가·수정요구 권한과 실행 점검·피드백·책임까지 지는 책임형 거버넌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제언이 제기된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차 위원장 취임 100일째인 23일 운영보고회를 열어 성과와 보완점을 발표했다.

국교위는 본회의 과정 언론 공개, 발언자 실명 포함 회의록 홈페이지 게시 등 '비밀 유지' 중심 관행을 전면 혁신해 투명성과 국민 접근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조직·인력을 확충하고 9개 특별위원회(특위)를 구성해 논의 결과를 국가교육발전계획·국가교육과정·주요 교육정책에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래교육 청사진을 구체화할 종합·조정 기능을 강화하고, 전문가 논의뿐 아니라 국민과 현장 의견을 더 폭넓게 반영해 정책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과 정책 설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국교위는 중등교육 현장의 가장 큰 현안이었던 고교학점제 개선을 놓고 현장 혼란을 잠재우지 못함은 물론 정책의 안정성도 제고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고1부터 적용된 고교학점제는 교사 업무 부담과 상대평가 구조에 따른 경쟁 과열 우려가 이어졌고, 교육부가 9월 보충학습 시수 감축 등 일부 개선책을 내놨지만 핵심 쟁점인 '학점 이수 기준 완화'는 국교위 판단으로 넘어갔다. 교육부는 ▲공통과목은 성취율+출석률을 유지하되 선택과목은 출석률만 적용하는 1안 ▲공통·선택 모두 출석률만 적용하는 2안을 제시했고, 교원단체는 2안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국교위가 18일 내놓은 행정예고안은 성취율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아 반발이 커졌고, 교육부 역시 예고안대로 의결될 경우 출석률·성취율 중 하나 이상 반영 원칙 아래 구체 기준을 장관 지침으로 마련해야 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공'을 서로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전문가들은 교육부와 교육감이 포괄적 관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현행 법체계에선 국교위가 발전계획 수립, 의견수렴, 교육과정 기본사항 결정 등 '필수 최소 기능'에 머물 위험이 크다고 우려한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지난 24일 교육정책네트워크에서 발간한 교육정책포럼에서 "국교위의 지위를 헌법에 밝힐 필요가 있다"며 "교육기본법에 국교위·교육부 장관·교육감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교위를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입법·정책 추진 과정을 평가해 수정을 요청할 수 있는 '교육정책입법평가권'을 국교위 권한으로 법에 담아야 한다고 짚었다.
박창언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국가교육과정은 특정 집단이 만들거나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공통 요소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며 "현행 법제만으로는 갈등 조정과 소외집단 방지에 필요한 참여의 제도화가 충분히 담보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교위-교육부-교육청 간 역할 분담과 협력 체제를 내실화하고, 데이터·전문성·국민 참여가 결합된 거버넌스를 법적 근거와 절차로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라며 "전면 개정 국면에서도 대표성과 전문성이 확보되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 모형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차 위원장은 23일 운영보고회에서 "교육개혁 완수를 위해 교육부·국교위·교육청의 역할을 제로섬이 아닌 협력적 분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며 "세 축이 고유의 역할을 강화할 때 교육 강국으로 갈 수 있다. 국교위는 기관 간 협력을 증진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