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러시아발 원유 공급 차질 위험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금과 은, 백금 가격이 23일(현지시각) 모두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가는 예상을 웃돈 미국 경제 성장세와 베네수엘라 및 러시아발 원유 공급 차질 위험 등에 주목하며 소폭 상승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2월물은 0.8% 상승한 온스당 4,505.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금 현물은 장중 한때 4,497.55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뒤 한국시간 기준 24일 오전 3시 51분 기준 0.8% 오른 온스당 4,478.52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금리 인하, 각국 중앙은행의 강한 매입, 견조한 투자 수요에 힘입어 올해 약 70% 급등했다.

SP엔젤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는 장기적 테마가 이번 10년 말까지 금 가격에 강력한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금 가격이 온스당 5,000달러를 향해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물 백금은 6.4% 급등한 온스당 2,255달러를 기록했으며, 장중 2,262.7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팔라듐은 5.7% 상승해 3년 만의 최고치인 1,859.38달러를 기록했다. 이 두 금속은 자동차 촉매 변환기에 사용돼 유해 배출가스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이달 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사실상 금지 계획을 철회하는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에 대해 미쓰비시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이번 소식은 PGM(백금류 금속)에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은 것과 같다"며 "촉매 변환기에서의 사용 기간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가는 양호한 지표 소식과 공급 차질 위험 가능성에 상승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2월물은 배럴당 31센트(0.5%) 오른 62.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은 37센트(0.64%) 상승한 58.38달러로 마감했다.
전날인 월요일 유가는 2% 이상 상승했으며, 브렌트유는 두 달 만의 최대 일일 상승폭, WTI는 11월 14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이날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연율 기준 4.3%라며, 견조한 소비 지출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는 2분기 성장률(3.8%)을 웃돌 뿐 아니라,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3.3%)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 필 플린은 "시장은 강한 성장에서 나오는 수요에 더 기대를 걸어야 할지, 아니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연준이 성장을 제동 걸 수 있다는 점을 더 걱정해야 할지를 놓고 판단을 내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 지표들은 혼재된 신호를 보냈다.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는 일자리와 소득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12월에 악화됐고, 공장 생산은 10월 감소 이후 11월에는 보합에 그쳤다.
투자자들은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 차질 위험도 주시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몇 주간 베네수엘라 연안에서 압류한 원유를 미국이 보유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제재 대상 유조선의 베네수엘라 출입을 차단하는 '봉쇄(blockade)' 조치를 포함한 대응의 일환이다.
미국의 추가 조치로 인해 베네수엘라의 유조선 적재 활동은 전날 크게 위축됐으며, 대부분의 선박은 국내 항구 간 원유 운송만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타드 에너지 애널리스트 자니브 샤는 "시장은 공급 과잉이라는 약세 요인과, 미국의 봉쇄로 베네수엘라의 적재·수출이 줄어들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선박과 항구를 상대로 공방을 벌인 데 따른 최근 공급 우려 사이에서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늦게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를 타격해 항만 시설과 선박을 파손했으며, 이는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두 번째 공격이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지역에서는 선박 2척과 부두 2곳이 손상되고 한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러시아의 해상 물류망을 겨냥해, 대러 제재를 우회하려는 '그림자 선단' 유조선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이번 주 보고서에서 2026년 상반기까지 원유 시장은 충분한 공급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수출이 감소할 경우, 2026년 4분기 원유 공급 과잉 규모는 하루 70만 배럴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며,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시장은 더 타이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