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을 겪는 타인에게 손을 내미는 책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죽음이 너에게서 무언가를 앗아간다면'(민음사)는 '작은 노벨상', '한림원 대상' 등을 수상한 덴마크 작가 나야 마리 아이트가 아들을 잃은 뒤 1년 간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2015년 3월의 평화로운 토요일 저녁, 작가는 전화로 자신의 25세 아들 칼이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비극 이후 전혀 읽고 쓸 수 없던 작가는 조금씩 죽음, 슬픔. 사랑에 대한 텍스트를 모아 모두를 아우르는 언어를 만들며, 2년 뒤 이 책을 출간했다.

작가의 둘째 아들 칼 에밀은 친구와 약간의 취기를 느끼고자 환각성 버섯을 먹었고, 환각 속 정신 이상을 겪어 5층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이러한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언어를 잃은 작가는 천천히 글을 써보고자 하지만, 그 형식은 산산이 부서지게 된다. 이에 작가는 칼에게 보내는 짧은 산문 조각, 그날의 회고, 상실과 슬픔에 관한 모든 문학 작품에 대한 인용문 등을 파편적으로 교차시키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헤아릴 수 없는 이 고통과 아픔이 감각적으로 전해질 때, 독자는 우리와 우리 사회가 마주한 갑작스러운 이별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자기 치료에 머물지 않고 타인에게 다가가, '죽음이 무언가를 앗아갔음에도 무언가를 돌려주는 법'을 알려준다. 슬픔 속에서 죽은 이로부터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과정을, 그렇게 죽은 이가 늘 우리 곁에 있음을 느끼게 한다. oks3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