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경영' SK에코, 1000→6000가구 '급증'
삼성물산, 강남 위주 '선별 수주'
롯데·포스코, 연말연초에 예상 물량 나와
CEO 인사·조직 개편 영향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여파로 숨 고르기에 들어갔던 주요 건설사들이 내년에는 다시 공격적인 공급 전략으로 전환할 태세다. 대우건설·현대건설·GS건설이 각각 연간 1만4000가구 이상을 시장에 공급하며 주도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SK에코플랜트도 올해의 5배가 넘는 물량을 예고하며 반전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 등은 연말 정기 임원 인사 이후 조직 정비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공급 계획 수립에 신중한 모습이다.
◆ 대우·현대·GS "물량 공세"...SK에코플랜트, 정비사업 업고 '5배 껑충'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위 10대 건설사의 내년도 주택 공급 계획을 집계한 결과, 대우건설이 약 1만8000가구로 가장 많은 물량을 준비 중이다. 현대건설과 GS건설도 각각 1만4000가구 안팎을 예고하며 '공급 빅3' 구도를 형성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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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각 건설사 / 그래픽=AI] |
올해 1만9483가구를 공급하며 주택 명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대우건설은 내년에도 약 1만8000가구를 공급하며 공격적인 기조를 이어간다. 현대건설 역시 올해(1만8227가구)에 이어 내년 약 1만4000가구를 시장에 내놓는다.
GS건설은 '공급 정상화'에 방점을 찍었다. GS건설은 지난해 1만6445가구를 공급했으나, 올해는 3분기까지 7061가구 공급에 그치며 숨을 골랐다. 하지만 내년에는 다시금 1만4000여 가구를 공급해 예년 수준의 외형을 회복할 전망이다.
내년 공급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예고한 곳은 SK에코플랜트다. SK에코플랜트가 내년 참여하는 사업지의 총 가구 수는 1만3017가구에 이르며, 컨소시엄 물량을 제외한 순수 '당사 지분' 기준으로도 6143가구에 달한다.
이는 올해 지분 기준 공급 실적인 1147가구와 비교하면 약 5.3배 늘어난 규모다. 경기 구리 수택E구역(지분 907가구), 광주 신가재개발(지분 708가구) 등 대형 정비사업지가 본격적인 분양 일정에 돌입하는 데 따른 것이다.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확보한 우량 사업지들이 내년 일제히 착공·분양 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실적 개선도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밖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와 비슷한 약 1만 가구 수준의 공급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사업 흐름을 이어간다. DL이앤씨는 내년 12개 단지, 7983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며, 삼성물산은 '래미안 엘라비네'(557가구), '래미안 마크더스위트'(504가구) 등 강남권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총 1061가구를 공급하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전략을 고수한다.
◆ 인사 태풍에 멈춘 시계...롯데·포스코 "12월 말, 내년 초 확정"
내년도 공급 계획을 정하지 못한 건설사들도 있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은 구체적인 분양 목표치를 확정하지 못하고 막판 조율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건설사의 사업 계획 확정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로 '연말 인사 시즌'을 꼽는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주요 건설사들이 CEO 교체 등 고강도 쇄신 인사를 단행했거나 앞두고 있어, 내년도 사업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지난달 26일 정기 인사를 통해 오일근 롯데자산개발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으며,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5일 그룹 차원의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플랜트사업본부'와 '인프라사업본부'를 통합하는 등 임원 단위 조직을 20% 축소하는 등 대대적인 쇄신안을 내놨다. 따라서 새로운 경영진의 의중이 반영된 사업 계획이 수립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내년도 사업 계획을 준비 중이며 1월 중으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 역시 "12월 말경 계획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고금리 기조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물량을 늘리기보다는,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장 위주로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경영진 교체가 있었던 곳들은 리스크 관리에 더욱 중점을 둔 보수적인 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2025년 결산...고금리 파고 속 '양극화' 뚜렷
올해 분양시장은 고금리·공사비 인상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서 건설사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한 해였다. 특히 각 사의 시장 대응 전략이 뚜렷하게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공사비 급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공급을 이어간 '정공법'과, 공급을 조절하며 내실을 다진 '신중론'이 대비를 이뤘다.
가장 두드러진 곳은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은 부동산 침체가 본격화한 2023년 1만5540가구, 2024년 1만9483가구에 이어 올해도 1만8834가구를 공급하며 3년 연속 1만5000가구 이상을 시장에 내놨다. 업황 변동과 무관하게 매년 약 2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며 기초 체력과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는 변동성이 컸다. 2023년 2만2098가구를 공급하며 '공급 킹'에 올랐던 GS건설은 2024년 1만6445가구로 물량을 줄였고, 올해는 3분기까지 7061가구 공급에 그쳤다. 지난 2년간의 공격적인 확장 이후, 올해는 리스크 관리와 현장 안전 강화 등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며 '숨 고르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 역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3년 5840가구에서 지난해 1만383가구(총공급 기준)로 물량을 2배 가까이 늘리며 기세를 올렸으나, 올해는 정비사업 지연 등으로 공급량이 1912가구로 급감했다. 다만, 내년에는 다시 1만3000가구(총공급 기준) 이상의 물량을 예고하며 'V자 반등'을 노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2023년 8448가구에서 지난해 1만8227가구로 공급량을 대폭 늘린 뒤, 올해도 1만3724가구의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삼성물산은 2023년 5247가구, 2024년 6176가구, 올해 3188가구 등 3년 내내 '강남권·소수 정예'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고수하며 보수적인 행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분양 시장이 '공급 정상화'와 '양극화 심화'라는 두 가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숨 고르기를 했던 건설사들이 대거 물량을 쏟아내며 외형 회복에 나서겠지만, 지역별 온도 차는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악성 미분양 우려가 여전한 만큼, 단순한 물량 확대보다는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수요자에 맞춰 서울 및 수도권 정비사업 위주의 '핀셋 공급'이 주를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doso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