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리는 넷플릭스 득실 해석
사업모델 충돌, 시너지의 역설
워너 M&A의 주식시장 저주?
이 기사는 12월 9일 오후 4시04분 '해외 주식 투자의 도우미' GAM(Global Asset Management)에 출고된 프리미엄 기사입니다. GAM에서 회원 가입을 하면 9000여 해외 종목의 프리미엄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WBD '삼각게임' ①파라마운트 판세? 엘리슨과 CNN>에서 이어짐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엇갈리는 득실
넷플릭스 입장에서 WBD의 인수는 득과 실이 엇갈리는 베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리포터·DC유니버스·왕자의 게임 같은 글로벌 IP를 확보하면 넷플릭스의 경쟁 지위 자체가 달라지지만 규제 심사에서 딜이 무산되면 장기 기대가치 자체가 증발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 야당 진영에서도 반독점 심사 요구의 목소리가 나온다.
![]() |
|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게이트 [사진=블룸버그통신] |
성사 확률 100%가 아닌 상황에서 주주들은 중단기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590억달러 브릿지론 조달로 레버리지(EBITDA 대비 총부채)가 4배 넘게 증가하고 18~24개월이라는 규제 심사 동안 불확실성이 계속된다. 인수안 승인 5일 발표 당일에 이어 8일까지 주가가 이틀 연속 3% 안팎 낙폭을 기록한 이유다.
중기적으로도 부담이다. 넷플릭스와 WBD은 콘텐츠 철학도 조직 문화도 다른 회사여서 통합 과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약속, 연간 20억~30억달러의 비용 절감 시너지 실현은 통합 3년 후를 상정한다. 그 전까지는 통합 비용이 먼저 지출될 수밖에 없다.
◆시너지의 역설
시너지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사업부 중 인수 대상이 되는 WBD의 맥스(옛 HBO 맥스)는 각자 이미 효율적으로 운영 중이다. 통상 M&A 시너지는 중복 사업 통폐합에서 나오는데 두 회사는 콘텐츠가 상이하다. 넷플릭스 다른 인수 제안자보다 시너지 기회가 가장 적을 수 있다는 분석(모간스탠리)이 뒤따른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양자의 수익 모델에는 충돌이 존재한다. WBD 자산은 극장 개봉과 제삼자 라이선싱으로 돈을 벌어왔는데 독점 콘텐츠로 회원을 모으는 넷플릭스는 이 방식을 쓰지 않는다. 인수 뒤 넷플릭스 독점으로 전환하면 기존 수익원을 포기해야 하고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 시너지를 양보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 |
| 넷플릭스의 테드 서랜도스 사장 겸 공동 최고경영자 [사진=블룸버그통신] |
기존 방식 유지에 따른 딜레마는 이렇다. 넷플릭스는 극장 개봉과 제삼자 라이선싱은 유지하면서도 IP를 활용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 하지만 극장 배급이나 라이선싱 사업을 운영해 본 적이 없는 넷플릭스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까지는 시간이 요구될 수있다. 그대로 두면 인수 프리미엄 정당화 근거가 희미해지고 집중력 분산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독점으로 전환해도 딜레마에 빠진다. 모간스탠리는 넷플릭스가 결국 WBD 콘텐츠 유통 방식을 넷플릭스 단독으로 전활 할 것으로 가정하는데 이 역시 기존 계약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건 물론 기존 수익구조는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TV 유통은 시리즈 전체 기간에 걸친 계약이나 다년간의 라이선싱 계약이 있다.
모간스탠리는 "사업모델 전환은 관련 기간 인수자산의 수익 창출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상쇄하려면 핵심 넷플릭스 사업의 더 빠른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WBD 자산 인수는 넷플릭스의 현재 시장지배력을 독점금지법 규제 문턱을 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워너의 저주?
일각에서는 WBD 인수전을 둘러싸고 주식시장 하락의 전조라는 농담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워너'가 연관된 대형 M&A는 반복적으로 주식시장 시세 급락에 선행했다는 게 그 요지다. 통상 대형 M&A는 시장 과열기에 집중되는 경향도 있다.
![]() |
| 타임워너(현 워너브라더스 전신)센터 건물 [사진=블룸버그통신] |
첫 번째 사례가 1990년 1월10일 완료된 타임과 워너의 합병이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이에 대해 "세계 최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복합기업의 탄생"이라고 했다. 하지만 합병 완료 뒤 9개월 동안 S&P500은 11% 하락했고 나스닥종합지수는 20% 떨어졌다.
두 번째 사례는 2000년 1월 AOL(아멜카온라인)의 인수 발표다. 공교롭게도 AOL 인수 선언이 나오고 나서 S&P500은 닷컴버블 붕괴와 맞물려 2년 반 동안 44% 떨어졌고 나스닥은 75% 하락했다. 2001년 1월 합병이 마무리된 'AOL 타임워너'는 2009년 AOL이 분사되며 해체됐다.
세 번째는 2018년 6월 AT&T의 타임워너 완료다. AT&T의 타임워너 인수 완료 3개월 뒤 S&P500은 9월 하순에서 12월 하순까지 석 달 동안 20% 떨어졌다. 이번 넷플릭스를 제외하고 타임워너가 과거 M&A에 연관됐던 경우는 저 3번이 전부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GAM인베스츠먼츠의 폴 맥나마라 신흥국 채권담당 펀드매니저는 "오늘날의 대형 M&A, 즉 넷플릭스의 830억달러 WBD 인수 시도는 어딘가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라고 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