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공단 차장 김순영
우리 기관은 2017년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했다. 그때 우리 가족도 서울에서 함께 이주했다. 조직의 이전은 행정 절차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로는 한 가족의 생활 전체가 이동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이사 초기에는 생활 인프라의 차이가 컸다. 도서관, 미술관, 장난감 대여점처럼 다섯 살이던 아이가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했다. 서울에서는 걸어서 다니던 시설들이 원주에서는 생활권 밖에 있었다. 작은 불편이 쌓이면서 이주 초기에 느끼는 낯섦도 더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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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악산 둘레길 매봉산자락길.[사진=원주시]2021.05.12 grsoon815@newspim.com |
어려움은 생활환경뿐 아니라 '지역과의 연결 부재'에서도 나타났다. 이를 해결하고자 원주에 먼저 정착한 직원이 새로 이주한 직원 가족을 돕는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키움과 자람'이라는 직원가족 모임이 2년간 운영됐다. 이사 온 직원 가족들은 이 모임을 통해 서로 만나고 생활 정보를 나누며 지역 경험을 공유했다. 동일한 상황의 가족들이 연대하자 초기 불안감이 빠르게 줄어들었다. 공공기관 이전 과정에서 이런 공동체 기반의 지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경험이었다.
지역의 문화 기반 역시 정착의 핵심 요소였다. 원주는 유네스코 창의문학도시로 지정된 곳으로, 박경리 선생님의 문학적 유산과 그림책 문화를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 생태계가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 특히 원주그림책센터와 패랭이꽃그림책버스는 20년 넘게 지역의 그림책 교육과 활동을 이끌어왔다. 덕분에 영아부터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창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2023년에는 오대산 주민을 주제로 한 그림책 '삼산리 아이들과 개구리'를 출간했고, 최근에는 치악산을 소재로 한 '지극히 사적인 치악산'도 펴냈다.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개인의 삶과 성장에도 깊이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셈이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대학과의 협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기관은 상지대학교와 함께 공원관리학 과정을 신설했고, 나를 포함한 여러 직원이 이 과정을 통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한 전문 인력 양성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주 이후 원주는 지속적으로 변했다. 지난 8년 동안 도서관이 다섯 곳 이상 신설됐고, 과학관이 개관했으며, 미술관 개관도 앞두고 있다. 혁신도시에 우체국이 없던 시절도 있었지만, 생활 기반시설이 점차 채워지면서 도시의 생활 환경은 더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모든 경험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단순한 조직 이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직원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면 주거·교육·문화·교통 등 기본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행정기관이 자리를 잡아도 생활 기반이 부족하면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 인프라가 미흡하면 가족은 분리되고, 이전의 취지도 흐려진다.
또한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교육 자원은 이주민의 적응을 돕는 핵심 요소다. 도서관, 문화시설, 교육 프로그램은 주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관과 일자리가 생겨도 삶을 지탱할 문화·생활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인구는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다시 추진된다면, 조직 이전과 동시에 생활 인프라 구축 계획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문화 자원을 반영한 생활권 설계 역시 필요하다. 지방이전의 목적은 행정 분산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원주에서 보낸 지난 8년은 그 사실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의 미래를 바꾸는 정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의 생활 기반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
국립공원공단 차장 김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