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와 선 긋던 지도부 사실상 당론화
대통령실 신중한 입장...여론 추이 관건
[서울=뉴스핌] 이재창 정치전문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의 연내 도입을 공식화했다. 당내 일부 강경파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속도 조절에 나섰던 지도부가 여기에 힘을 실은 것이다. 사실상 당론이 된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이 거리를 두면서 당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조희대 사법부는 내란 재판이 정해진 기한 내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휘할 책임이 있는데 왜 내팽개치고 있느냐"며 "이런 상황이니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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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7 pangbin@newspim.com |
정 대표는 "완전한 내란 청산, 확실한 사법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국민의 뜻이고 시대적 과제"라며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포함해 대법관 수 증원 등 법원 조직법, 재판 소원, 법 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을 연내 반드시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를 다시 꺼낸 것은 3대 특검의 동력 약화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지연과 무관치 않다. 우선 재판 지연이다. 재판 지연으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구속 기간(내년 1월 18일)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현희 수석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을 다루는) 지귀연 재판부의 1심 선고는 윤석열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내년 1월 18일 전에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도 재판 지연을 비판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의 근거로 지귀연 재판부의 재판 지연을 꼽은 것이다. 구속 기한을 넘기면 가능성이 낮지만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와 함께 한덕수 전 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특검의 구속 영장 청구가 잇따라 기각되면서 특검의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3대 특검은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의 최대 화두로 삼고 있는 '내란 정당 심판 프레임'의 동력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 강경 지지층(개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지난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영장들도 연이어 기각돼서 당원들의 분노가 많고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해야 되지 않느냐는 당원의 요구가 많은 것도 안다"고 했다. 개딸의 요구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정 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위한 연내 입법을 공식화한 것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판을 서두르라는 법원 압박과 주요 선거 전략인 내란 프레임 동력 살리기다.
우선 내란전담재판부 카드로 법원을 압박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것이다. 이미 기한 내 선고는 물 건너간 상태다. 일각의 우려처럼 윤 전 대통령이 석방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한 내에 1심 선고가 이뤄지지 않아도 추가 구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치적 압박의 성격이 강하다는 의미다.
특검의 동력 약화로 시들해진 내란 프레임의 동력을 살리기 위한 고육책의 성격도 있다. 비상계엄 1년이 다 돼 국민의 관심도가 많이 떨어졌다. 내년 초 있을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와 함께 내란 프레임의 유통 기한이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내란 프레임에 가둔 채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여당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여권은 일단 내란의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비상계엄 가담 여부를 조사하겠다며 각 부처에 '헌법 존중 TF'를 만든 것이나 국민의힘에 대한 내란 정당 해산 공세를 펴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정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에 동조했던 국민의힘 누구 하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 필요하다면 국민의힘을 위헌 정당 해산 심판 대상에 올려 헌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국회의 12.3 비상계엄 해제 기념 행사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회사무처는 비상계엄 해제 1주년을 맞아 '그날 12.3 다크투어'를 내달 3일부터 5일까지 개최한다. 국회 차원의 행사지만 12.3 비상계엄을 다시 한번 부각한다는 점에서 측면 지원 성격이 없지 않다.
다크투어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결의했던 그날 밤을 기억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우원식 국회의장 월담 장소와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국회 운동장, 계엄군과 가장 극렬하게 대치한 국회의사당 2층 현관 등 주요 현장을 해설사와 함께 탐방하게 된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사실상 당론화한 만큼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재판부 압박과 내란 프레임 살리기라는 여론전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론은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살핀 뒤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법부 독립 침해는 물론 위헌 논란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여권으로서는 입법의 부담이 적지 않다. 역풍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간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에 선을 그어온 이유다.
여론 추이와 함께 다른 변수도 있다. 대통령실의 신중한 입장이다. 1심 결심 공판이 1월 초로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로 오히려 판결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한 발을 뺀 상황이다. 역시 여론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조기에 현실화할지 여부는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leejc@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