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안현민, 강백호 이후 7년 만에 야수 신인왕
[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한화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손꼽히는 코디 폰세가 치열한 경쟁 끝에 르윈 디아즈(삼성)를 제치고 2025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주인공이 됐다.
폰세는 24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시상식'에서 MVP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불과 18일 전 한국에서 귀한 딸을 얻은 그는 출산휴가를 보낸 뒤 시상식에 참석해 전기차 'EV6'와 상금 1200만원을 포함한 '4관왕 보너스'를 고스란히 딸에게 선물로 전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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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2025시즌 투수 부문 4관왕을 달성한 한화의 코디 폰세. [사진 = 한화]2025.10.16 wcn05002@newspim.com |
기자단 투표 결과에서도 폰세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 124표 중 무려 96표(76%)를 얻으며 23표에 머문 디아즈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SSG 앤더슨, 삼성 후라도, NC 라일리, kt 안현민, 롯데 레이예스는 각 1표씩 분산되며 엇비슷한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폰세가 지배한 올 시즌 기록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29경기 180.2이닝 동안 17승 1패 평균자책점 1.89, 그리고 무려 252개의 탈삼진을 쌓아 올렸다.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0.944)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KBO 사상 외국인 투수 최초의 '투수 부문 4관왕'이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KBO에서 투수가 4관왕을 차지한 사례는 손에 꼽힌다. 1999년 구대성(빙그레), 2011년 윤석민(KIA)에 이어 폰세가 세 번째 이름을 올리며 레전드 대열에 합류했다.
규정 이닝을 채우고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한 투수 역시 2010년 류현진(평균자책점 1.82) 이후 폰세가 15년 만이다. 게다가 2012년 아리엘 미란다의 225탈삼진을 넘어 KBO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을 13년 만에 경신했고, 선발투수 역대 최초 개막 17연승이라는 대기록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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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규 시즌 투수 4관왕을 달성한 폰세. [사진 = 한화 SNS] 2025.10.17 wcn05002@newspim.com |
한화 구단에서도 그의 수상은 특별하다. 한화 선수 중 MVP는 장종훈(1991·1992), 구대성(1996), 류현진(2006)에 이어 폰세가 다섯 번째. 19년간 이어진 '무MVP' 악몽을 깬 셈이며, 한화 팬들에게는 다시 한번 황금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시즌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폰세는 성적으로만 빛난 게 아니라, 팀 역사에도 중대한 족적을 남겼다. 한화를 정규시즌 2위로 끌어올리며 7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플레이오프에서는 2승을 책임지며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의 핵심 역할을 했다.
폰세는 시상식 연단에서 한화 구단과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스카우트팀과 이글스 관계자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하다"라며 운을 뗀 그는 "코치님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고, 선수단 역시 경기장 안팎에서 가족처럼 함께해 더욱 힘을 낼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에 대한 메시지는 더욱 의미가 컸다. "올 시즌 내내 제가 던지는 모든 공을 믿고 받아준 최재훈에게 가장 큰 감사를 전하고 싶다"라며 "멍이 들 정도로 몸을 던진 형의 플레이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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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세가 11일 최동원상을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동원기념사업회] |
또한 한국 팬들을 향해서도 "항상 한화 선수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 수상은 팬들의 열정이 만들어 준 결과"라며 인사를 남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정한 MVP를 언급했다. "오늘의 영광은 아내에게 바친다. 올 한 해 누구보다 고생했고, 우리 딸을 건강하게 출산해 준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이었다"라고 말하며 가족을 향한 사랑을 드러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kt의 중고 신인 안현민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으며 신인왕을 수상했다. 이는 구단 역사상 세 번째 신인왕으로, 강백호(2018), 소형준(2020)에 이어 5년 만의 영광이다. 2년 만에 나온 중고 신인 신인왕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이례적이다.
야수가 신인왕에 오른 것도 2018년 당시 kt의 강백호(현 한화) 이후 7년 만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모두 투수가 신인왕을 가져갔다.
안현민은 유효표 125표 중 110표(88%)를 얻으며 압도적인 기세로 왕좌에 올랐다. 경쟁자로 꼽혔던 LG 송승기는 3표를 얻는 데 그치며 공동 3위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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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의 간판 타자 안현민. [사진 = kt] |
그의 야구 인생은 노력과 변화의 상징과도 같다. 마산고를 졸업한 뒤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4라운드 지명을 받아 입단했지만, 당시 포수였던 그는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외야수로 전향했다. 군 복무 중에는 체격과 힘을 키우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고, 지난해 처음 1군을 경험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0.426, 5홈런을 기록하며 1군 콜업 기회를 잡았고, 올라오자마자 압도적인 장타력을 선보였다. 정규시즌 112경기에서 타율 0.334, 22홈런, 8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8을 기록하며 신인왕 후보 중 단연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출루율 0.448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는 점은 그가 단순한 파워히터를 넘어 '완성형 타자'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대표 평가전에서도 진가를 증명했다. 일본 투수진을 상대로 연속 홈런을 만들어내며 타구 속도·비거리 모두에서 메이저리그급 파워를 과시했다. 일본 대표팀 감독 이바타 히로카즈가 극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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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민. [사진=kt] |
안현민은 "신인왕이라는 너무 영광스러운 상을 kt라는 이름을 걸고 받아서 다행이다. 신인왕이 저 개인의 상보다 저희 팀 모든 선배님들과 감독, 코치님들이 저를 보살펴주시고 많은 기회를 주셔서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현역을 다녀와서 활약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저로 인해서 많은 선수들이 현역을 가서도 준비를 잘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며 희망을 얻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은 신인으로서 이 상을 받지만 내년은 더 좋은, 최고를 논하는 높은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경쟁자인 송승기(LG) 역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1승 6패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LG의 10승 투수 라인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괴물 신인' 안현민의 활약에는 미치지 못하며 고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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