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아동·노인·중증장애인 학대 의심시 녹음 허용법 발의
"교사·학생 초상권, 음성권 침해 우려…헌법 가치 훼손"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아동학대가 의심될 때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교원단체들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돼 교실을 '감시의 공간'으로 전락시킨다는 비판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21일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고민 없이 아동학대 의심만으로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합법화하는 방식은 결코 동의할 수 없다"라며 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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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해 3월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문래초등학교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입학식을 마친 뒤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 전달사항을 듣고 있다. 기사내용과 무관. 2024.03.04 mironj19@newspim.com |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지난 19일 아동이나 노인, 중증장애인 등에 대한 학대가 의심될 때 제3자의 녹음을 허용하고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하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교총은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을 18세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어 전국의 모든 유‧초‧중‧고교 수업 중 제3자가 몰래 녹음한 내용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법적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된다"며 "학생들과 교사가 자신도 모른 채 제3자에 의해 언제든 음성권과 초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뿐 아니라 교실이 불신과 감시의 공간으로 변질돼 교육 현장 전반에 심각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원은 언제든 녹음될 수 있다는 불안 속에서 수업‧상담‧지도 과정에서 교육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기 어려워질 것이고 이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직결된다"며 "교실이 감시 환경으로 바뀌면 교원은 방어적 대응에 몰리고,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어려워지며, 수업 분위기 자체가 경직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특수‧통합교육과 관련해 "녹음 우려는 특수교사의 교육적 상호작용을 위축시키고 장애 학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형성하여 통합학급 기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결국 보호받아야 할 학생들이 오히려 학교 공동체에서 배제되는 역설적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역시 이날 해당 법안이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다며 반발했다.
전교조는 "아동·장애인 학대 방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으나 실제로는 통합교육 및 특수교육 현장을 상시 감시 공간으로 만들고 교사를 언제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제도화하는 위험한 입법"이라며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못한 채 방치된 상황에서 제3자의 비공개 대화 몰래 녹음을 허용하면 교사의 일부 표현만 잘라낸 녹음 파일이 전체 맥락을 지운 채 학대 증거로 제시될 위험이 크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결국 교사는 수업 한 마디, 생활지도 한 마디조차 '녹음될지도 모른다'라는 공포 속에서 학생과 제대로 눈을 맞추고 정당하게 필요한 교육을 할 수 없게 된다"며 "학생과 장애인의 인권은 반드시 보호돼야 하나 그 방식이 교실을 감시의 공간으로 바꾸고 교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길이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jane94@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