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가 이끄는 덴마크 중도좌파 집권여당 사회민주당이 18일(현지 시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87년 만에 수도 코펜하겐의 시장 자리를 잃었다.
사민당은 지난 1903년 이후 코펜하겐 시의회의 다수당 또는 주요 정당의 지위를 차지해 왔고, 특히 1938년 신설된 시장직은 지금까지 한 번도 다른 정당에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시장 자리와 시의회 다수당 지위를 한꺼번에 잃은 것이다.
덴마크 정치권에서는 급등하는 집값과 치솟는 식료품 가격,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불균형 등이 사민당의 패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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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사진=로이터 뉴시핌] |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민당은 코펜하겐 선거에서 12.7%의 득표율로 3위에 머물렀다. 극좌 생태주의 정당인 적색녹색당연합 22.1%로 1위, 좌파인 사회주의인민당이 17.9%로 2위에 올랐다.
사민당을 제외한 6개 정당은 연정 구성 협상을 벌여 시세 마리 벨링 사회주의인민당 대표를 차기 코펜하겐 시장으로 선출했다. 벨링 대표는 "우리가 새 역사를 썼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우리 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율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식료품 가격 상승과 도농 간 불균형을 꼽았다. 또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도 들었다.
코펜하겐 집값의 경우 지난 1년 간 20%, 4년 동안 20% 상승해 젊은층과 1인 가구, 저소득 가구가 코펜하겐에서 집을 갖는 것이 훨씬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민당이 수도 코펜하겐에서 권력을 내려놓게 된 것은 프레데릭센 총리 세력에게 상징적이고 전략적인 타격을 입혔다"며 "오랫동안 사민당의 핵심 기반을 형성해 온 도시 유권자들의 지지가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사민당은 코펜하겐 시장 후보로 프레데릭센 총리의 친구이며 교육부 장관과 주택부 장관 등을 역임한 페르닐레 로센크란츠-타일 전 장관을 내세웠지만 민심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
사민당은 전국 단위에서도 지지율 하락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의 전국 득표율은 23.2%에 머물러 지난 2021년 때의 28.4%보다 5.2%포인트가 낮아졌다.
사민당은 총 98개 지자체 중 26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고 지자체장도 44명에서 절반 정도로 줄었다. 코펜하겐 이외에도 프레데릭스하운, 코게 등 기존 텃밭으로 여겨졌던 곳에서도 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