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회장 5명 중 4명 관료 출신...'관료 독점' 관행 또 반복되나
금융정책 전환기 속 리더십 공백 장기화 우려...정책 대응력 약화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신용카드·캐피털·신기술금융사의 협의체인 여신금융협회가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지 못한 채 멈춰 있다. 정완규 현 회장의 3년 임기가 이달 초 만료됐지만 후임이 정해지지 않아 그는 당분간 직무대행 형태로 협회를 이끌게 됐다. 협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5일로 공식 임기를 마쳤으나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직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당국의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여신협회장 인선도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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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규 여신금융협회 회장 [사진=여신금융협회] |
최근 금융권 인사 흐름을 보면 이러한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 및 유관기관의 고위직 교체가 줄줄이 예고된 상황이다.
금융위는 최근 신진창 금융정책국장을 사무처장(1급)으로 승진시키며 첫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첫 1급 인사로, 석 달간 공석이던 자리를 이제야 채운 것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국정감사 이후 금융권 인사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금감원은 자본시장·보험 부문 임원 공석이 이어지고 있으며, 예금보험공사·신용보증기금·서민금융진흥원 등 주요 공공기관 수장들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여신금융협회를 비롯해 금융투자협회 등 주요 협회장 인선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내부 고위직 인사와 외부 기관장 인선을 동시에 조율하면서 여신협회장 인선 시점을 뒤로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신협회장은 금융당국과의 소통력이 핵심인 자리"라며 "당국 인사가 마무리돼야 후보군 윤곽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협회장은 금융권 내에서도 '인기 있는 기관장 자리'로 꼽힌다. 임기는 3년이며 연봉은 약 4억원 수준이다. 2010년 상근직 전환 이후 11대 김덕수 회장을 제외하면 역대 회장 전원이 관료 출신이다. 현직 정완규 회장 역시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거친 관료 출신이며 직전 회장인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도 재무부와 금융위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 같은 인선 패턴 탓에 여신협회는 '퇴직 관료들의 순환 자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예외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카드수수료 개편, 디지털 보안 강화 등 금융 당국과의 협의가 필수적인 현안이 많아 당국 네트워크를 가진 관료 출신이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여신협회장 인선 지연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2010년 공모제 도입 이후에도 김근수 10대 회장은 전임 이두형 회장 임기 종료 두 달 뒤에야 선임됐고 김주현 전 위원장도 임기를 연장해 근무했다. 공모제 이후 선출된 5명 중 3명이 임기 공백 또는 연장 근무를 한 셈으로 제도 개선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이번 지연이 단순한 절차적 공백을 넘어 내년도 협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여신협회는 매년 9~10월 예산과 사업계획을 확정하는데 신임 회장이 부임하지 못하면 새로운 정책 방향이 반영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정책 전환기를 맞은 시점에 여신협회 리더십이 비어 있는 건 뼈아프다"며 "업계의 대응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일정 조율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은 잡힌 게 없다"고 설명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