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게시판 "상급자 운전 심부름에 학업 관련 일까지" 불만 목소리
[무안=뉴스핌] 조은정 기자 = 전남도청 내부에서 행정의 본래 기능이 훼손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과중한 홍보성 업무와 상명하복식 조직문화가 도민을 위한 행정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며 도청 내 피로감과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20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도청 노동조합 게시판에는 지난 17일 '과연 내가 도민을 위한 일을 하는 공무원이 맞나'라는 글이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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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전경. [사진=조은정 기자] |
20년 차 공무원이라고 밝힌 A씨는 "도민을 위한 일보다 누군가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일이 더 많아졌다"며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도를 넘어 직원들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올초 대선부터 시작해서 내년 지방선거가 가까워진 지금, 고유 업무보다 홍보·행사 준비에 하루가 쫓기고 있다"며 "도민을 위한 고유 업무만으로도 초과근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육체적 피로도 크지만, 회의감 같은 정신적 피로는 더욱 심각하다"며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인인 만큼 도정이 특정인의 정치 무대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직자가 정치와 무관하게 오직 성실한 업무로 평가받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6일에도 같은 게시판에 '저는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 걸까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또 다른 공무원 B씨는 "상급자의 학업이나 운전 심부름까지 주무관을 동원하는 사례까지 있다"며 "이런 구조적 갑질이 반복되면서 조직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B씨는 "능력보다 연공서열 위주의 평가가 지속되면서 일하려는 직원만 과중한 업무를 떠안는다"며 "성과보다는 줄 세우기식 관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내부 불만이 공개적으로 표출되자 공직사회 전반의 자성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도청 조직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전남도 총무과 관계자는 "도는 각 실·국장을 통해 조직 내 소통 강화와 직원 고충 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관리·지도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익명 게시글만으로는 사실 확인에 한계가 있는 만큼, 감사관실 또는 갑질 신고 센터 등 공식 신고 절차를 통해 문제를 명확히 제기해 달라"며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하고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ej764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