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대법원장, 한덕수 전 국무총리 모두 불출석
여권 "사법부 불신은 조 대법원 체계서 재판 독립 훼손됐기 때문"
법조계 "재판 절차 정치화…모든 판결 정쟁 대상 될 것" 우려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주인공'이 없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결국 30일 열렸다. 조 대법원장의 불출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범여권과 사법부의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 나온다.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책임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 안팎에선 사법부의 독립 차원에서 대법원장의 청문회 소환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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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등 증인들이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있다. 2025.09.30 pangbin@newspim.com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이날 민주당 등 범여권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를 개최했다. 민주당은 대선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출석을 통보했으나 두 사람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청문회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조기 대선이 확정된 이후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현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먼저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 골자다.
즉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해 전원합의체 선고를 앞당겨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 불신'을 초래했다며 국회에 나와 입장을 표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 대법원장은 앞서 한 전 총리 등 누구와도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단 이번 청문회와 관련해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청문회가 재판이 진행 중인 이 대통령 사건 합의 과정을 해명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헌법 제103조와 재판부 합의 과정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출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날 청문회에선 조 대법원장을 향한 범여권의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이야기하는데, 사법부의 독립은 법관의 독립이 아니라 재판의 독립"이라며 "모든 국민이 사법부를 불신하는 것은 조 대법원장 체계의 사법부로 인해 재판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정치 한복판에 뛰어들어 사법부의 독립을 정면으로 깨뜨린 것은 대법원장이었고 대법원"이라며 "그런 대법원장과 대법원이 불과 5개월도 채 안 돼 자신들이 피해자인양 코스프레하며 사법부 독립을 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에게 "해명할 기회를 준다는데 왜 나오지 않는 것인가. 정말 자신이 떳떳하다면 국회에 나와 국민들 앞에서 당당히 이야기하라"고도 했다.
아울러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 관련 의혹을 확인한다는 이유에서 다음 달 국정감사에 대법원 감사 일정을 추가하며 압박 공세를 강화했다. 이에 대법원은 다음 달 13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감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당 내 일부 강경파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도 거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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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지환 기자 = 조희대 대법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오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리는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불출석 의견서를 제출했다. 2025.09.30 choipix16@newspim.com |
다만 이같은 조 대법원장과 사법부에 대한 압박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선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 대통령 사건은 파기환송된 것이지 최종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장을 청문회에 불러 판결 과정을 따지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며 "이렇게 지나치게 사법부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면 재판 독립이 무너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가 대법원장을 증인으로 세우려는 것은 재판 절차를 사실상 정치화시키는 것으로, 이런 전례가 쌓이면 앞으로 모든 판결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이에 응한다면 사법부 전체가 정쟁의 한복판에 끌려 들어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향후 정치권은 판결 하나하나에 불만이 있을 때마다 사법부를 압박할 것이고,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는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