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면 올 해 안에 결론 날 가능성
비상권한 근거 관세부과 가능 쟁점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연방대법원이 1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 부과의 위법성 여부를 가리는 상고심 첫 변론을 오는 11월5일 열기로 했다. 첫 구두변론 기일 확정은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이고 사건을 신속 심리하기로 결정한 지 일주일 만으로 사안의 파급 효과를 감안할 때 빠르면 올 해 안에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번 상고심 소송의 쟁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국가를 상대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에 명시된 비상권한을 근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법으로, 대통령이 '비상사태에서 발생하는 비범하고 이례적인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발동할 수 있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관세를 직접 부과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올해 2월 캐나다, 중국, 멕시코를 겨냥해 펜타닐 위기를 이유로 25%의 관세 부과를 발표했으며, 이어 4월에는 무역적자를 '비상사태'로 선언하고 전 세계를 상대로 10%의 기본 관세, 일부 국가에는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내놓았다.
더 힐(The Hill) 등 미국 언론은 이번 사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글로벌 무역 재편 구상과 직결된 사안으로 파급효과가 크다며 대법원이 심리를 앞당기기 위해 다른 두 사안의 일정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통상 이듬해 초 구두변론이 잡히지만, 이번 사안은 심리가 대폭 앞당겨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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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DC의 연방 대법원 건물.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 측은 "관세는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경제, 외교적 조치"라고 강조하며, IEEPA가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연방순회항소법원은 7대 4로, 하급심 판단을 인용해 상호 관세 부과가 IEEPA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22년 대법원이 판결로 확립한, 의회가 명확히 위임하지 않는 한 대통령이 중대한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중대 문제 원칙'이 이번에 적용될 지도 관심사다. 이 원칙에 따라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온실가스 배출 제한, 학생 대출 탕감 등 민주당의 주요 정책들이 대거 좌초됐다.
현 대법원 구성이 이념 성향면에서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보수 절대 우위인 점이 최종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대법원은 연방 공무원 대량 해임, 불법 체류자 추방, 연방자금 지원 보류 등 핵심 사안에서 보수적인 판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잇따라 들어주고 있다.
이번 소송은 미국내 5개 중소기업과 민주당이 집권중인 12개 주가 공동 제기한 것으로 대법원은 이와 별개로 다른 중소기업들이 제기한 관세 무효 소송 역시 심리하기로 했다. 이들 기업은 워싱턴 DC 연방지법에서 승소했으며, 신속하게 최종 판단을 내려 달라며 대법원에 직접 심리를 청구했다.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관세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은 관세 소송에서 질 경우 한국 등 외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무효화하고 미국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 등 큰 혼란이 올 거라고 경고해왔다.
대법원이 위법 판결을 내리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할 수단은 다양하다. 백악관은 이미 '공정한 무역을 위해서'라며 패소에 대비해 다른 무역관련 법 적용을 들여다보고 있다. 해당 법은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특정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해 철강, 자동차 관세 부과에 활용한 무역확장법 232조와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 중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데 활용한 무역법 301조 등이다.
dczoom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