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회주택 신규 공모 중단...부실 운영자는 SH가 직영
정부, 연내 특화 임대주택 정의, 정부지원 방침 담은 법안 제정
물량, 공모기준 등 하위법령에 규정키
[서울=뉴스핌] 이동훈 선임기자 =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민간과 공공이 함께 공급하는 사회주택 공급을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사회주택을 최초로 시작한 서울시는 오히려 사회주택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침을 정하고 있어 사회주택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서울시는 사실상 '공적' 임대주택인 사회주택은 공공이 직접해야한다는 판단인 반면 정부는 연내 관련 법령 제정을 마무리하고 사회주택 공급을 내년부터 본격화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사회주택 정책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가 사회주택을 놓고 상반된 정책을 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서울시는 사회주택 정책 방향을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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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정릉동 사회주택 모습 [사진=성북구] |
사회주택이란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비영리법인과 같은 사회적 경제주체가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공급되거나 운영·관리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공공은 토지나 건설비를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주체는 임대 운영을 맡아 사회경제 약자를 대상으로 시세의 80% 선의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게 한다. 서울시 사회주택의 경우 대부분 시 소유 토지에 사업자가 건축비를 들여 짓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회주택은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시절인 2016년 이후 서울시에서 본격화됐다. 박원순 전시장 본인이 사회적 경제주체인 사회적 기업을 운영했던 만큼 사회주택사업은 서울시의 주력 사업으로 발돋움했다. 현재 서울시 사회주택은 총 105개 사업장에서 1793가구가 운영되고 있다. 사업방식은 토지임대부 방식과 리모델링 방식 등이 있으며 시 소유 땅을 임대한 후 사업자의 자본으로 건물을 지어 임대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이 많다.
사회주택은 재원의 한계로 인한 공적 임대주택 공급 부진을 타개하는 대안으로 인식되며 서울시에 이어 정부 차원에서도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매입임대주택사업의 운영을 공모를 통해 사회적 경제주체에 맡기는 '예술인 주택'과 같은 특화임대주택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매입 비용은 전액 도시주택기금으로 이뤄졌다.
반면 사회주택 사업권을 따 낼 사회적 경제주체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정 사회적 기업 등이 사실상 공공 사업을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얻는다는 지적이다. 한편에서는 이명박 정부 때 이슈가 됐던 '민영화' 논란의 공수가 바뀐 것이란 지적까지 나왔다.
사회주택 운영자 모집은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서울시에서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중단됐으며 LH 특화임대주택도 윤석열 정부 들어 더이상 사업자 공모를 하지 않고 있다. 이는 사회주택의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관장이나 서울시장 등의 판단에 따라 공급을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정치 성향에 따라 사회주택 정책도 오락가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사회주택 공급을 법제화 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대통령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사회주택 공급을 위한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입법을 연내 완료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해당 법률 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우영 의원과 염태영 의원이 각각 다른 법안을 대표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정위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에 ▲사회주택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법적 근거 및 사회적 경제주체 등 민간 참여의 명시적 근거 마련 ▲공유오피스 등 특화시설 건설 지원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 ▲수시공모 등 사회적 경제주체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탄력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절차 개선 등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사회주택의 명칭 대신 기존처럼 특화임대주택이란 명칭을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안에는 특화주택의 정의와 정부의 지원 방침이 담길 것"이라며 "다만 사업 방식은 앞서 LH가 실시한 특화임대주택과 비슷할 것이며 구체적인 공모 횟수, 물량 등은 하위법령에서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사회주택의 정기 공모와 같은 의무 공급 방안이 담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에 사회주택을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조항을 넣는다면 정권이 바뀌어도 사회주택 공급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서울시는 사실상 사회주택을 폐지하는 방침을 밝혔다. 오세훈 시장은 사회주택사업에 대해 "SH가 직접 진행하면 될 것을 사업자를 중간에 끼워 중간 마진이 발생하게 된 합리적이지 않은 사업구조"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최근 장위동, 성산동 2개 사업장에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못돌려주는 상황이 발생하자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대신 갚아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들 부실 사업장은 SH가 인수해 공공임대주택으로 운영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2021년 자체 감사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 2022년부터 신규 공급을 중단했다"며 "부실이 드러난 사회주택은 SH가 인수해 공적 임대주택으로 운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사회주택 법 개정은 당장 서울시 사회주택 정책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상위 법이 만들어지면 서울시의회가 사회주택 공급을 의무화하는 가칭 '사회연대경제 조례'를 제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서울시장이 어느 당 소속이냐에 상관 없이 사회주택을 공급해야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회주택 공급확대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회주택의 공급 확대가 자칫 청년안심주택 운영부실과 유사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민간사업인 청년안심주택과 달리 사실상 공공사업인 사회주택은 부실 발생 우려가 적다. 그럼에도 일부 사업장에서 부실 운영이 드러난 만큼 사회주택 사업장과 주택수가 늘면 그만큼 위험성도 증가할 것이란 진단이다. 실제 사회주택은 많은 수가 토지임대부 방식이라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반면 LH의 특화임대주택은 모든 주택이 LH 소유인 만큼 부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중 마진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LH에 돌아갈 운영비용을 사회적 기업이 갖게 되는 만큼 이중 마진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의 사회주택과 정부가 추진하는 특화주택은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시 할 순 없다"며 "특화주택의 경우 부실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공공이 해도 충분한 일을 굳이 사회적 기업에 맡긴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순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dong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