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 수장 나오나 했지만
보좌관 갑질 의혹 이어 '역량 부족' 여성계 비판
여가부 최장 기간 '장관 공백' 사태 마주
[서울=뉴스핌] 신수용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보좌관에 대한 부당 지시를 비롯한 각종 갑질 의혹으로 각계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는 등 임명 의지를 내비쳤지만 여성계마저 등을 돌리는 등 여론 악화를 감당하지 못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 지명 직후부터 연일 더해진 갑질 의혹… 극복할 역량도 없었다
강 후보자는 지명 직후부터 보좌관 갑질 의혹을 받았다. 강 후보자가 자신의 집 화장실 변기 비데에 문제가 생기자 보좌진을 불러 살펴보라고 지시하는 등 업무 외 부당한 지시를 일삼았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가 2020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올해까지 보좌진을 약 46번 교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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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소속 위원인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을 지낼 당시 소관 부처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역시 강 후보자에 대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과 관련한 '예산 삭감 갑질'을 했다"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자는 지난 14일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의 전후상황과 경위를 설명하며 여러 차례 사과했지만 여론을 잡지 못했다.
진보 진영으로 분류되는 참여연대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보좌진 갑질 해명 과정에서 거짓 해명으로 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라며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제 식구 감싸기'로 비판받고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도 22일 성명을 통해 "문재인 정부 장관에도 지역구 민원 문제로 갑질을 했다는 정 전 장관의 폭로는 황당할 정도"라며 "강 후보자는 즉각 자진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 역시 이날 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공개 촉구했다. 여당에서 강 후보자에게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뛰어넘을 만한 역량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여성계도 등을 돌렸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차별금지법과 생활동반자법 제정 및 비동의강간죄 도입, 포괄적 성교육 등 여성계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인사청문회 당일에도 비동의강간죄 도입에 대한 질의를 받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한국성폭력상담소는 21일 입장문을 통해 "비동의강간죄, 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젠더 의제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책적 입장조차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같은 날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역시 성명을 통해 "페미니스트 시민들의 기대에 반하는 행보"라며 강 후보자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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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 여가부 장관 공백 역대 최장 기간… 머나먼 '성평등가족부'의 길
강 후보자의 사퇴로 여가부의 역대 최장 기간의 '수장 공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김현숙 전 장관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이유로 2023년 9월 사의를 표명하고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후보자 사퇴 이후 1년 반 이상 장관 공백 상태였다.
여가부는 수장의 장기간 공백에도 새 장관 후보자 거론조차 없이 신영숙 차관이 장관직을 대신하며 윤석열 정부의 공약에 따라 폐지 수순을 밟는 듯 보였다.
사라질 뻔한 여가부가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으로 부처 기능 확대와 개편이라는 새 기회를 맞게 되면서 여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기대를 안고 이재명 정부에서 지명한 강 후보자는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여가부의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와 개편이 국정과제로 제시된 시점에 장관 임명이 또 뒤로 밀린 모양새다.
민주당은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의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사퇴와 관련한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박상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희도 강 후보자에게 따로 연락받거나 한 것은 아니고 방금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했다"며 "지금은 오롯이 그런 상황에 대해서 본인이 결단한 부분을 존중하는 게 후보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말했다.
aaa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