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미지의 서울'서 1인 2역의 새 지평 열다
쌍둥이 미지·미래 완벽 분리, 섬세한 연기력 빛났다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미래가 됐든 미지가 됐든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까. 배우 박보영이 1인 2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tvN 토일드라마 '미지의 서울'(극본 이강/ 연출 박신우, 남건/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몬스터유니온, 하이그라운드)은 박보영에 의한, 박보영을 위한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박보영의 매력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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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1인2역으로 출연 중인 박보영.[사진 = tvN] 2025.06.23 oks34@newspim.com |
박보영이 연기하는 쌍둥이는 엄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닮은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과 행동은 모든 면에서 극과 극이다. 박보영은 쌍둥이 언니 유미래(박보영 분)와 동생 유미지(박보영 분)를 오가면서 감탄할 만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언니 유미래는 늘 1등만 달리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공기업에 입사한 유능한 재원이다. 그러나 잘하는 건 달리기 밖에 없었던 유미지는 부상 여파로 운동을 그만둔 뒤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다. 좀처럼 소화하기 힘든 고난도 연기를 박보영은 치밀하게 분리해내며 시청자들에게서 뜨거운 호평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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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1인2역으로 출연 중인 박보영.[사진 = tvN] 2025.06.23 oks34@newspim.com |
박보영은 '미지'와 '미래'라는 두 인물을 언어, 말투, 반응 속도 등 모든 표현 방식에서 명확히 분리해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크게 헷갈리지 않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다. 설정된 인물 구조 안에서 불필요한 감정 과잉 없이 명확히 구분하여 연기한다. 관객이 두 인물을 자연스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리듬감 있는 연기를 완성했다. 특히 감정 연기에 있어 과장된 장치를 배제하고, 극의 전체 톤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도 캐릭터 간의 감정 격차를 정교하게 조직했다. 이로 인해 극의 흐름은 더욱 유려해졌고, 미지와 미래 각각의 감정 궤적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의 핵심은 각자의 선택 앞에 멈춰 선 미지와 미래의 서사다. 미지는 호수(박진영 분)와의 관계에서 서서히 거리감을 좁혀가는 모습으로 감정의 변화를 암시했다. 박보영은 말의 속도와 간격, 눈빛의 떨림 등 미묘한 디테일을 활용해 인물의 망설임과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특히 새벽 터미널 장면에서는 호수의 고백에 짧고도 단호한 응답으로 감정선의 전환을 표현, 박보영 특유의 '절제된 집중력'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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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1인2역으로 출연 중인 박보영.[사진 = tvN] 2025.06.23 oks34@newspim.com |
반면 미래는 세진(류경수 분)과의 재회를 통해 자신이 머물던 삶의 자리와 방향을 다시 되짚는 장면을 보여줬다. 박보영은 미래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정적인 움직임과 대사의 밀도를 통해 인물의 내면 충돌을 입체적으로 구현해냈다. 특히 별을 바라보며 "출퇴근길에서 저 마주쳤으면 저 별 중 하나 같았을 거예요"라는 대사에서는 담담한 어조로 인물의 내면을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
유미지와 유미래의 '인생 체인지'는 어쩌면 너무 뻔한 설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박보영은 노련한 연기로 결코 뻔하지 않게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유미래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였던 선배 김수연(박예영 분)과 합세하여 가해자들과 싸워 나간다. 김수연과의 만남, 한세진(류경수 분)의 응원에 힘입어 제대로 각성한 유미래는 가해자인 주제에 뻔뻔하게 피해자인 척하는 박상영의 만행에 더 이상 참지 않고 반격한다. 여기에 때마침 동생 유미지가 등장해 강력한 한 방을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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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미지의 서울'에서 쌍둥이 1인2역으로 출연 중인 박보영.[사진 = tvN] 2025.06.23 oks34@newspim.com |
유미지는 인생 체인지 종료 후 때아닌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유미래의 이름으로 이뤄낸 것들을 유미지의 이름으로도 이뤄낼 수 있을지, 스스로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유미지를 위해 연인 이호수(박진영 분)는 다정한 목소리로 응원을 건넸고 이호수의 존재로 힘을 얻은 유미지는 다시금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기로 결심했다.
박보영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복잡한 서사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집중력을 증명하고 있다. 또 하나의 미덕은 '미지의 서울'이라는 제목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을 반짝반짝 빛나는 동화 속 공간으로 만드는 영상미에 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절로 서울이 참 예쁜 도시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박보영이 출연하는 '미지의 서울'은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 20분 tvN에서 방송된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