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뉴스핌] 박승봉 기자 = 경륜 경주에서 '마크'는 흔히 수동적 전략으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마크를 단순한 추종이 아닌, 젖히기나 추입을 위한 치밀한 준비 과정이자 고도의 위치 싸움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2일 경륜경정총괄본부에 따르면 실제로 선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승부는 유리한 위치 선점에서 출발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대 뒤를 철저히 따라붙고, 흐름이 바뀔 땐 과감히 자리를 빼앗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몸싸움은 경륜에서도 가장 강도 높은 격돌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마크 전문가들은 '몸싸움 최강자'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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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스피돔에서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
20기 이전 선수 중 마크 전법의 상징으로 꼽히는 이는 단연 박일호(10기, A2, 구미)다. '마크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는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강한 지렛대 기술로 상대를 제압하고 방어한다. 몸싸움에 능하지만 낙차가 적어 안정성과 기술력을 동시에 갖췄다는 평가다.
황승호(19기, S1, 서울)와 박용범(18기, S2, 김해B) 역시 마크의 진수를 보여주는 선수다. 황승호는 도발에 강하게 응수하는 투지를 지녔고, 박용범은 그랑프리 우승자답게 묵직한 한 방과 당당한 피지컬을 자랑한다. 최근 성적은 황승호가 5위, 박용범이 22위로 갈렸는데, 전문가들은 마크 적극성과 성공률의 차이가 성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20기 이후 세대에서는 박진영(24기, S1, 창원 상남), 성낙송(21기, S1, 창원 상남), 이재림(25기, S1, 신사), 최종근(20기, S1, 미원)이 마크 전략의 새 얼굴이다.
박진영과 성낙송은 같은 팀 내 시너지 효과를 내며 부드럽고 효율적인 움직임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박진영은 선배 성낙송의 장점을 흡수해 더욱 안정된 주행을 선보이며, 막판 결정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최종근과 이재림도 1:1 승부는 물론 다대다 상황에서도 뛰어난 시야와 전술 운영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달 23일 열린 KCYCLE 스타전 예선 13경주에서 이들의 진가가 드러났다. 대부분이 인치환, 임유섭 등 유력 선수들의 입상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추입을 구사한 최종근이 1착, 젖히기로 나선 이재림이 2착, 그리고 박진영이 마크 전략으로 3위를 기록하며 삼쌍승식 293.3배의 최고 배당을 터뜨렸다.
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은 "관중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모든 기술과 투지를 총동원하는 모습에 열광한다"며 "그런 면에서 경륜, 그리고 그중에서도 마크야말로 스포츠의 본질을 가장 잘 보여주는 전법"이라고 말했다.
1141worl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