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우뮤지움 5월 24일부터 3주간 가족 참여형 전시
어린이, 가족 등 모두를 위한 환대의 예술 공간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우리는 아이들이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임을 알면서도 대부분은 '하지 마라'는 말을 달고 산다. 특히 도시의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온갖 금기에 시달리면서 주눅 들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마음껏 그리고, 던지고, 소리를 지르면서 즐기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서울 성수동 헬로우뮤지움 어린이미술관은 저출생 시대 속 가족의 의미와 다양성을 예술로 탐구하는 '예스 키즈(Yes Kids)'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로 오는 5월 24일부터 3주간 대지/설치 미술가 지나 손(60) 작가와 함께하는 드로잉 퍼포먼스 전시 '꼬리로부터'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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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나손 드로잉 작품 '나야 나'. [사진 = 헬로우뮤지움 제공] 2025.05.21 oks34@newspim.com |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미술의 틀을 넘어서 아이들과 가족이 몸으로, 소리로, 빛으로, 그리고 상상으로 미술관 공간 전체를 가득 채우며 '함께 전시를 만들어 나가는'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벽과 바닥, 공기와 어둠까지 미술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가 되어 관객들을 기다린다. 대지와 자연의 우연성을 바탕으로 현대미술 퍼포먼스를 펼쳐 온 대지/설치 미술 작가 지나 손이 어린이와 가족과 처음 만나 공동 창작으로 확장되는 자리다.
지나 손은 "상추 한 장, 손전등 불빛, 종이 뭉치, 심지어 소리조차 붓이 될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마음껏 점을 찍고, 선을 긋고, 몸을 움직이고, 소리를 내며 자신만의 드로잉을 만들어 가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미술관 벽을 두른 캔버스를 변기 솔 붓, 수저가 달린 꼬리 붓, 야광 막대기 등으로 마음껏 채워 나간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색, 선, 움직임, 소리의 흐름은 '꼬리'라는 우화적 이야기와 연결되며, 각자의 표현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집단적 꼬리가 된다는 공동 창작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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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지나 손 작가의 염소똥 퍼포먼스. [사진 = 헬로우뮤지움 제공] 2025.05.21 oks34@newspim.com |
지나 손은 "어린 시절 막대기는 참 좋은 드로잉 오브제였다"면서 "사금파리와 돌멩이, 막대기 몇 개로 상상했던 세계가 지금의 대지 설치 작업으로 확장되었다"고 말한다. 막대기 하나 질질 끌고 다니며 그어댔던 선들, 그래서 제목이 '꼬리로부터'가 됐다. 작가는 "아이들이 꼬리처럼 감정을 드러내고, 맨 마지막에 있지만 전체를 전복시킬 수 있는 힘이 꼬리에서 나오길 바란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억눌렸던 현대인들도 꼬리를 드러내 마음껏 휘두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나 손 작가는 한국에서 활동하다 52세에 파리로 유학을 떠나며 '자기 작업을 깨는 고통'을 경험했다. 이후 대지와 허공이라는 큰 주제를 탐구하며 태풍과 맞서 1천 개의 튜브를 띄우고, 기와를 바다로 가져가며 자연과 교감하는 예술을 실험해왔다. 그는 "미술이란 정의할 수 없는 세계"라며, 특히 특수교육 대상 아동과 그 가족들에게도 틀에서 벗어난 예술 놀이와 표현의 해방감을 선물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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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대지/설치미술가 지나 손. [사진 = 헬로우뮤지움 제공] 2025.05.21 oks34@newspim.com |
헬로우뮤지움 김이삭 관장은 "대지 예술가 지나 손 작가를 초대하여 가족과 어린이에게 미술관에서 대지의 스케일을 상상하고, 자연과 연결된 인간성을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미술평론가 김찬동은 "지나 손 작가는 대지 예술, 허공 드로잉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그 본질은 명상을 통한 정제된 행위와 내면의 순수한 감각을 집중하는 데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압축해온 작업의 줄기를 어린이와 함께 풀어내며 예술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놓치지 않는 모습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꼬리로부터' 전시는 헬로우뮤지움에서 5월 24일부터 6월 14일까지 3주간 진행된다. 5월 24일 오후 3시 전시 오프닝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작가와 함께하는 연계 프로그램이 매주 목, 금, 토요일 오후 3시-5시에 진행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연인 등 모든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