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22일 1차 전원회의…내년 최저임금 심의 착수
노동계 "尹정부 인상률 저조…저임금자 생존권 위협"
경영계 "내수부진과 중소기업 지불능력 약화" 우려
공익위원 "경제정치 불확실성…법정 기한 내 심의"
올해도 업종별 구분 적용 및 적용 확대 논의 전망
[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최저임금위원회가 202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해 올해 첫 번째 전원회의를 연 가운데, 노사 간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다. '근로자 생활고'와 '기업 경영난'을 각각 주장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어느 정도 이견을 좁히고 인상 폭을 결정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2일 오후 3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사정 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제1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달 고용부가 최임위에 보낸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에 따르면 심의요청 항목은 2026년 최저임금액과 수준, 직종별 차등지급 여부 등이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공익위원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한 달에 한두 번 전원회의를 열고 다음 연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결정하는데, 통상 첫 회의는 위원 간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성격을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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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사진=한국노총] 2025.04.22 sheep@newspim.com |
이인재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경제는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며 "경제성장률 둔화에 더해 관세 갈등까지 겹쳐 저임금 근로자는 물론 소상공인, 영세기업 어려움이 함께 커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사회적 대화 기구인 우리 위원회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 자세를 견지한다면 합리적이고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최저임금 결정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노동계 "실질임금 감소로 저임금 노동자 생존권 위협"
근로자위원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현재 우리는 12·3 내란 사태와 4·4 탄핵, 6·3 조기 대선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격변기와 사회적 혼란이라는 진공상태 정세 속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각각 2.5%, 1.7%로 결정됐다. 소득 개선 없는 실질임금 저하로 내수경제는 점점 침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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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왼쪽)과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오른쪽)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2025.04.22 sheep@newspim.com |
류기섭 사무총장은 "경제성장률은 1%대로 떨어졌고 실생활 물가는 2%를 넘어서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감소가 최근 통계에서도 확인될 만큼, 이들의 생존권이 심각히 위협받는 상황이다"라며 "최저임금제도의 본 취지와 순기능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 및 내수경제의 활성화다. 올해 최임위는 이러한 최저임금의 순기능이 전 국민 모두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심의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사무총장에 이어 발언에 나선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조기 대선에서 선출된 21대 대통령의 첫 의제는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이라며 "2026년 최저임금 수준이 21대 대통령의 노동정책을 그대로 평가하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새 정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최임위에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노동자의 실질 임금이 하락하는 일은 단연코 없어야 한다"면서 "치솟은 물가 상승에 노동 기본급도 보장받지 못하며 투잡 쓰리잡에 내몰리는 모든 일하는 노동자와 특고 플랫폼 노동자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부터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제외 조항을 삭제해 사각지대를 완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 경영계 "내수부진으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불능력 악화"
반면 경영계는 장기간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소상공인·중소기업 지불능력이 크게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사용자위원 대표로 나선 류기정 경총 전무는 "최근 몇 년간 내수부진이 계속되면서 최저임금을 지불해야 하는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매우 극심하게 힘든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최저임금 종사자가 많은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최저임금이 해당 업종 중위임금의 80%를 초과해 현재 경영난을 버텨낼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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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핌] 양가희 기자 = 류기정 경총 전무와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차 전원회의에 참석했다. 2025.04.22 sheep@newspim.com |
이어 류 전무는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져가고 있고 올해 경제전망도 매우 좋지 않다"며 "최저임금이 이러한 경제상황 제반 여건을 잘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로 중기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버텨 주던 수출도 관세 인상 이슈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매출이 줄고 폐업은 늘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중소기업, 영세사업주의 지불능력은 크게 약화된 상태"라며 "최저임금은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서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2026년 최저임금을 준비하는 2025년 상황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매우 불확실하다"며 "미국 대통령 관세 정책으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안, 그리고 국내 기업들의 성장 잠재력 위축과 투자 부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사업 위기에 따른 폐업 확산, 고용불안과 물가 인상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생계위협 등 우리 앞에 놓인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가 어렵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힘든 조건이기에 주어진 기간 내에 심의 완료하기 위한 최저임금위 위원 모두의 노력과 통합적 해법을 위한 지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익위원들은 법정 기한 내에 심의 완료하는 것이 최저임금으로 인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이고 고용과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길"이라고 법정 기한 내 심의 완료 의지를 밝혔다.
한편, 2차·3차 전원회의는 각각 5월 27일, 5월 29일 세종에서 열린다. 최임위는 6월 29일까지 9차 회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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