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은행 성장 전략 강연…태국 가상은행 인가 앞두고 직접 뛴다
카뱅, SCBX·위뱅크 손잡고 '태국판 인뱅' 도전장…인가 유력 호보
韓은행 진출, 외환위기 이후 처음…당국 시선 극복 등 현지화 '과제'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카카오뱅크가 태국판 인터넷은행인 가상은행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윤호영 대표가 직접 태국을 방문해 현지 금융권과 접촉한다. 카카오뱅크는 지분투자에 그쳤던 인도네시아와는 달리 현지 파견 인력 채용까지 나서는 등 태국시장 진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태국 금융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다면 국내 은행이 태국에 진입하는 건 외환위기(IMF 사태) 이후 27년 만이 된다. 금융위기로 국내 은행들이 대거 철수하면서 태국 금융당국에 박힌 '미운털'을 빼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진출 이후에도 글로벌 금융회사로서 급변하는 현지 경제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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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호영(사진) 카카오뱅크 대표는 오는 22~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머니 20/20 아시아'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카카오뱅크] |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표는 오는 22~2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머니 20/20 아시아'에 기조 연설자로 초청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머니 20/20은 지난 2012년 출범한 글로벌 핀테크 컨퍼런스로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에서 개최된다.
윤 대표는 '디지털은행 성장 전략'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강연을 통해 카카오뱅크가 한국에서 인터넷은행의 대표 주자로 자리 잡게 된 성장 및 혁신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오는 6월로 예상되는 태국 가상은행 인가를 앞두고 태국 진출 의지와 현지 금융시장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3년 6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지난해 9월 컨소시엄을 꾸려 인가를 신청했다.
이번 신규 가상은행 사업에는 5개 사업자가 신청서를 제출했고 현지 금융당국은 이 가운데 3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태국 왕실이 주요 주주로 있는 SCBX와 컨소시엄에는 중국 텐센트 산하 위뱅크가 참여해 신규 선정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힌다. 위뱅크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기반으로 설립된 중국 최초의 인터넷은행이다. 중국계 태국인은 전체 태국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카카오뱅크도 인가를 앞두고 현지 파견을 염두에 둔 인력을 채용하고 나섰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디지털뱅크 서비스 기획자 ▲글로벌 백엔드 개발자 ▲모바일(React Native) 개발자 ▲프로덕트 디자이너 등 모바일 뱅킹 관련 직무의 글로벌 인력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근무지는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로 돼 있지만 '2025년부터 태국 방콕 근무 가능성 있음'이라는 내용이 부연돼 있다.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은 직접 인력을 파견한다는 점에서 이전 해외 진출 사례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인도네시아 인터넷은행 슈퍼뱅크에 지분투자만 단행했다. 슈퍼뱅크가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등을 참고한 상품을 현지 시장에 내놓는 등 상품·서비스 제작 과정에서 협력하는 정도였다.
국내 은행권을 통틀어서도 카카오뱅크의 태국 진출은 유의미한 이벤트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당시 산업은행·외환은행·하나은행 등이 태국에 진출해 있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모두 철수했다. 2013년 산업은행이 태국 시장에 다시 발을 들였지만 영업 허가는 받지 못했다. 비록 카카오뱅크 단독 진출은 아니지만 국내 은행의 태국 재진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외환위기 당시 태국 정부는 신인도 하락을 우려해 해외 은행들의 철수를 만류했지만 국내 은행들은 철수를 단행했다. 이후 국내 은행들이 대부분의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면서도 아세안 지역 강대국인 태국에 발을 들이지 못한 이유가 현지 금융당국의 '괘씸죄'가 적용된 탓이 크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27년 묵은 갈등을 풀고 현지에 진출한다고 해도 현지 환경에 적합한 영업으로 안정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국내 주요 은행들이 대부분 진출한 인도네시아 경제가 악화하면서 현지 법인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최근 미국 상호관세 도입 등 여파로 달러화 대비 루피아화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거래가 중단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큰 상황이다.
해외 법인을 두고 있는 은행 중 한 곳의 관계자는 "금융업은 규제 산업인 동시에 모든 경제활동의 뇌관"이라며 "(글로벌 진출 시) 현지 경제상황과 법률 및 규정과 환경, 분위기까지 모두 잘 살펴야 한다. 대부분 해외 법인에 부행장급 임원이 상주하는 것도 그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행이기에 기술 직군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전문 금융인력 구축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짚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터넷은행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방법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했고, 현지에서 '지속 가능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파트너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향을 선택했다"며 "태국 금융당국은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가상은행을 설립함으로써 금융 경쟁력 강화와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을 실천하는 데 함께 뜻을 모으고 있어 카카오뱅크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jane9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