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16일(현지 시간) 미 국채 수익률은 일제히 하락(가격은 상승)하고 달러화는 약세로 돌아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로 인한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연준이 시장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시장의 위험 회피 분위기가 강화했다.
뉴욕 시장 오후 거래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4.2bp(1bp=0.01%포인트) 하락한 4.281%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일시적 4.273%까지 내리며 1주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30년물은 2.8bp 내린 4.748%를 나타냈다.
통화 정책 결정에 민감한 2년물 금리도 4.2bp 내린 3.786%까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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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파월 의장은 이날 공개 발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며 연준이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장은 시장은 원래 취지대로 작동하고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 개입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파월의 발언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며 미 증시는 낙폭을 확대한 반면 미 국채 수익률은 전반적으로 하락(가격은 상승)했다.
소비 수요를 보여주는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4% 급증하며 여전한 소비 여력을 보여줬지만, 이는 트럼프 관세 시행 전 가격 상승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됐다.
외환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였다.
뉴욕 시장 후반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는 이날 전장보다 0.96% 하락한 99.26을 가리켰다. 달러화 지수는 지난주에는 3% 넘게 하락했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달러 약세가 단순한 기술적 조정이라기보다는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미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IB) 제프리스의 세계 외환 책임자인 브래드 벡텔은 "시장은 현재 미국의 관세 정책과 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며, "달러화에 대한 강세 기대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이날 1.1376달러로 전장 대비 0.84% 상승했다. 달러/엔은 0.71% 하락한 142.22엔으로 내려앉았다. 지난주 기록한 6개월 만의 최저치인 142.05엔에서 멀지 않은 수준이다. 달러를 둘러싼 투자 심리가 약화하며 달러는 스위스프랑 대비로도 10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한편 이날 미 재무부가 실시한 20년물 국채 입찰은 견조한 수요 속에 마무리되었다.
130억 달러 규모로 실시된 입찰에서 20년물 국채의 발행 수익률은 4.810%로 결정됐다. 지난 입찰 때의 4.632%보다 17.8bp 높아졌다. 특히 해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낙찰률은 70.7%로 전달에 비해 1.9%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여전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