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컴플리트 언노운' 잇는 뮤지션 영화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서 촬영한 군무 장면 압권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보헤미안 랩소디'와 '컴플리트 언노운'은 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와 밥 딜런의 음악 인생을 다뤄서 눈길을 끌었다. 두 영화 모두 올드팬에게 익숙한 노래들과 싱크로율이 높은 배우들의 연기(라미 말렉, 티모시 샬라메)로 화제가 됐다. 9일 개봉한 '베러맨'도 영국의 세계적인 뮤지션 로비 윌리엄스(51)의 삶을 다룬 뮤지컬 영화다.
![]() |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베러맨'. [사진 = 찬란] 2025.04.14 oks34@newspim.com |
로비 윌리엄스는 앞에 언급한 뮤지션에 비해서 젊은 측에 속하지만 영국에서 비틀즈 이후 가장 성공한 뮤지션으로 평가받는 스타임은 분명하다. 그는 90년대 인기 보이그룹 '테이크 댓'의 막내 멤버로 데뷔한 뒤 영국에서 가장 성공한 솔로 가수가 됐다. '테이크 댓'은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높았던 아이돌 그룹이었다.
솔로로 전향한 이후 8500만 장의 앨범 판매 기록, 브릿 어워즈 18회 수상, 하루 최다 티켓 판매 기록(2006년 월드투어, 160만 장) 등 대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정상의 인기를 누리는 동안 로비 윌리엄스는 끊임없이 말썽을 일으키는 '악동'이었다. 테이크 댓 시절 멤버들과의 불화와 돌출 행동으로 쫓겨나다시피 팀을 떠났고, 솔로 데뷔 이후에도 자기 혐오와 무대 공포증, 마약·알코올 중독에 빠져 살기도 했다.
![]() |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베러맨'. [사진 = 찬란] 2025.04.14 oks34@newspim.com |
영화 '위대한 쇼맨'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주인공 로비 윌리엄스가 침팬지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바타'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혁명적 비주얼을 구현해낸 웨타 FX가 '노래하는 침팬지'를 구현했다. 배우 조노 데이비스의 모션 캡처 연기와 로비 윌리엄스의 목소리 연기를 바탕으로 CG 침팬지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는 로비 윌리엄스를 굳이 침팬지로 대체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특히 로비 윌리엄스의 팬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영화답게 눈과 귀가 즐거운 장면이 많다. 슬픔과 상실에 대한 노래 '필(Feel)', 언제나 자신의 편이었던 할머니 베티를 추모하는 '앤젤스(Angels)', 로비 윌리엄스가 부르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등 13곡의 OST가 삽입됐다. 또 로비 윌리엄스의 전설적인 넵워스 공연(2003)을 실감 나게 재현했다.
![]() |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영화 '베러맨'. [사진 = 찬란] 2025.04.14 oks34@newspim.com |
특히 로비 윌리엄스가 쓴 노래 '록 디제이(Rock DJ)'를 테이크 댓 다섯 멤버들이 런던 리젠트 스트리트에서 부르는 장면은 압권이다. 피아노 위에서 춤추고, 시티 투어 버스 2층에 올라타는 등 거리를 스테이지처럼 누빈다. 로비 윌리엄스는 "내 솔로곡 '록 디제이'가 마치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처럼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화려한 뮤지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로비 윌리엄스가 내면의 고통과 자기 혐오를 극복하고 주변의 사람들과 화해해 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영화 제목이 'Better Man(더 나은 사람)'인 이유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