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부동산 정책

속보

더보기

급증한 지방 악성 미분양 ′LH 매입·CR리츠′ 만으로 소진 한계

기사입력 : 2025년04월03일 06:00

최종수정 : 2025년04월03일 06:00

준공 후 미분양 물량, 11년 만의 최대치… 대구·경북에 몰려
정부의 LH 매입 계획, 실효성 부족 비판
인구 감소와 수요 부재… 근본적 해결 필요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지방은 지금 '불 꺼진 아파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21년 이전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땅을 파기 시작한 단지가 속속 준공되고 있으나 살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기회가 있다면 수도권으로 가고 싶어 하는 지방 거주자의 심리도 미분양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직접 매입 등의 대책을 제시했지만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단 분석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지방 중심으로 급등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직접 매입 등의 방안을 내놨지만 시장 시선이 곱지 않다. [사진=뉴스핌DB]

◆'우후죽순' 지방 미분양… "직접 매입" 정부에도 시장은 떨떠름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3722가구로 전월 대비 3.7% 늘었다. 2013년 10월(2만4667가구) 후 11년 4개월 만의 최대치다. 2023년 8월부터 19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은 2.2%(4446가구→4543가구) 증가했다. 지방 물량이 1만9179건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대구가 3067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2502건) 경남(2459건) 전남(2401건) 부산(2261건) 등이 뒤를 이었다. 충북(565가구)은 한 달 사이 40.2%나 뛰었다.

준공 후 미분양은 시행사와 시공사의 자금 융통을 어렵게 만들어 유동성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악성 미분양'으로도 불린다.

정부가 지방 중심의 미분양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올 2월 '지역 건설 경기 보완 방안'에서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매입하겠다는 카드를 내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5000가구 규모의 매입임대주택 예산을 일단 활용한다. 6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든든전세주택으로 분양할 방침이다. 필요시 매입 물량을 늘린다.

LH는 지난달 매입 공고를 내고 이달 1일부터 신청을 받고 있다. 매입 가격은 감정평가액 83% 이하다. 매입 상한가 내에서 업체가 제시한 매도 희망 가격이 낮은 집부터 순차적으로 매입하되, 임대 활용이나 분양 가능성이 높은 주택에 대한 심의도 거친다. 지방 미분양 매입을 전담하는 팀을 별도로 조직한 LH는 매입이 완료되는 대로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정부가 지방 미분양 문제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겠단 의지를 드러냈지만 업계 분위기는 싸늘했다. LH가 매입하겠다는 3000가구로는 미분양이 발생하는 근본적 이유를 해결하긴 무리가 있어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208%를 넘기며 과중한 채무에 시달리는 LH의 재무 부담을 더 늘리는 방안이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매입하는 동안에도 미분양이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미분양 해결은 못 하고 수도권 신축매입임대만 줄이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야심차게 도입한 CR리츠도 '비실'… 수요 늘릴 근본 대책 나와야

CR리츠를 활용한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지원 계획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CR리츠란 여러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다가 경기가 좋아지면 분양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자금난에 빠진 시공사는 외부 투자금과 임대주택 보증금으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투자자로선 일정 기간 임대 운영 뒤 분양 전환이 가능하기에 출구전략이 비교적 확실한 편이다. 정부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취득세 감면, 조달금리 완화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그러나 아직 CR리츠를 통해 매입이 이뤄진 미분양 주택은 없다. 

지난해 9월 KB부동산신탁이 550억원 규모의 CR리츠 설립을 통해 전남 광양의 미분양 아파트 497가구를 매입하려 했으나 12월 영업 등록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제이비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과 이달 국토부에 CR리츠 영업 등록을 신청했으나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취지는 좋지만 미분양 해소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만한 지원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지방은 서울이나 수도권보다 수요 자체가 적기에 CR리츠를 통해 미분양을 매입하더라도 언제 분양이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CR리츠를 활용해도 미분양 해소는 결국 매입되는 단지에서만 가능한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시장에 나와 있는 미분양을 사들여 해결하려는 방향이 아닌 수요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고사 직전의 지방 부동산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취득세 완화 등의 세제 감면이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대출규제의 한시적 적용 완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방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 주택 수요 부재의 원인을 장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인구 소멸로 사라질 수 있는 소멸위험지역은 130곳으로, 전체의 37%에 이른다. 거주자가 줄며 청약 경쟁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2.8대 1이었으나 지방은 평균 6.29대 1로 2013년(2.11대 1)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지방은 이미 3년 넘도록 총청약자가 줄어드는 동시에 수도권으로의 상경 투자 수요가 큰 만큼 지방에 주택을 구입해도 자산가치로서의 안전성이 있다는 것을 수요자에게 각인시킬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지방 악성 미분양을 매입할 때 1가구 1주택 특례 세제혜택을 시행하고 있지만, 인프라 개발이나 균형발전 전략 등 시장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대책이 있어야 유의미한 반응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중앙지법, 尹 구속적부심 18일 오전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특검(특별검사)'의 재구속 적법성 여부가 오는 18일 나온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형사9-2부(재판장 류창성)오는 18일 오전 10시15분 윤 전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을 진행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스핌DB]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전 중앙지법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적부심의 일반적 법리인 구속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위법·부당하다는 점을 다툴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지난 6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음 날 새벽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법원은 구속적부심사 청구가 접수된 후 48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심문하고, 증거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hyun9@newspim.com 2025-07-16 14:41
사진
'강선우 임명' 딜레마 빠진 대통령실 [서울=뉴스핌] 박성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보좌진 갑질' 의혹과 해명 번복, 임금 체불 논란 등이 이어지며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대통령실은 인사 원칙과 여성 내각 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 사이에서 셈법이 복잡해진 분위기다.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지난 15일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선 익명 폭로가 이어지고, 여성단체들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잇달아 내고 있다. 여권 내부에서도 부담을 토로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남은 청문회 과정을 모두 지켜본 후 종합 판단하겠다는 게 현재까지 대통령실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임명 강행'과 '철회' 사이에서 득실 계산이 한창이다. [서울=뉴스핌]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세계정치학회(IPSA) 서울총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2025.07.14 photo@newspim.com ◆ 여성 인재 중용 기조...정치적 부담 상존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인재 중용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 대통령은 내각 여성 비율을 30% 목표로 한다고 공언했으며, 여성가족부를 존치한 배경에도 그 같은 상징성이 깔려 있다. 실제로 강 후보자 외에도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 여성 후보자들이 줄줄이 청문회에 오르면서, 한 명의 낙마가 전체 균형을 흔드는 도미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적 부담도 고려 대상이다. 강 후보자는 현직 국회의원이다. 만약 청문회를 거쳐 낙마할 경우, 이는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사실상 처음 있는 '현역 의원 낙마' 사례가 된다. 이는 청문회 제도와 야당의 검증력을 키워주는 반면, 여당에겐 타격이 될 수 있다. 임명을 강행할 경우의 리스크도 작지 않다. 무엇보다 시민사회와 보좌진들 사이에 형성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과 인사 기준 자체에 흠이 날 수 있다. 강 후보자는 앞서 '사적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으나, 이후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거짓 해명 논란이 일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7.14 mironj19@newspim.com ◆ '버티기 인사' 반복시 내각 전체 불신 확산 우려 또한 임명 강행은 향후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에도 불똥을 튀게 할 수 있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버티기 인사'를 반복하면, 결국 전체 내각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게 일부의 우려다. 대통령실은 16일 이후 여론 흐름 등을 토대로 강 후보자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선 이진숙 후보자 청문회까지 모두 지켜본 뒤, 장관 인선을 '패키지'로 정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권 초반 인사를 둘러싼 시험대에서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강 후보자의 임명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여성 인재 정책과 인사 기준, 여당 내 권력구도와도 맞물린 상징적 분기점이 되고 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 모임인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회의원에게 보좌진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라 의정활동 전반을 보좌하는 파트너이자 국민과 국회를 잇는 다리"라며 "그런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parksj@newspim.com 2025-07-16 14:36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