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이란과의 대화 중재를 돕겠다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이란의 지역 내 친(親)이란 무장단체 지원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중재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전화 통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과의 대화 문제를 논의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인 18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미러 고위급 회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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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러시아가 자발적으로 중재를 제안했으며,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이고 미국이 이란과의 대화에서 어떤 진전을 이룰지는 불확실하다고 알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을 재개하면서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중동 및 전 세계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바를 분명히 했다"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적대국과 동맹국 모두와 대화할 것이지만, 그는 항상 국가 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강력한 입장에서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룸버그의 취재 확인 요청에 "러시아는 미국과 이란이 모든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러시아는 이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확인했다.
에스마일 바게리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국가들이 돕겠다고 나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러시아의 중재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과 이란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체결했다. 당시 핵합의에 따라 이란은 저농축(3.67%)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었고 비축량도 300㎏로 제한되었다.
그러다 2018년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란과 핵합의 복원을 시도했으나, 이란 내 미신고 핵시설 운영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불발됐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정책이 재가동됐고, 이란은 미국이 최대 압박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한 대화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이란은 고농축 우라늄 재고를 대폭 확보 중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2월 60% 농축 우라늄 재고량은 지난해 11월보다 50% 급증했다.
그러나 미국의 제재로 오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이란 관점에서 러시아가 대화 중재역으로 나선다면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과 러시아는 최근 몇 년간 경제 및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해 왔고, 이란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드론을 제공해 왔다.
미국이 러시아에 이란과의 대화에서도 중재역을 맡게 하면서 미러 관계가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단절된 양국 관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러시아 침공'의 전쟁으로 표현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제한 종전 협상을 러시아와 둘이 진행했으며, 북극의 무역로와 희토류 등 자원 문제에서도 협력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