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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vs 한반도 비핵화...표현의 문제 아닌 '북핵의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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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된 한반도'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한 이견
북핵 해결의 '최종 목표'와 닿아 있는 핵심 요소
북핵 대화 초기 '한반도 비핵화'로 외교적 타협
한·미, '북한 비핵화'로 통일...협상은 더욱 난망

[서울=뉴스핌]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 지난달 26일 조현동 주미 대사는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 측과 협의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일관되게 사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반도 비핵화'와 혼용되어 온 표현을 한·미 간에는 북한 비핵화로 통일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용어는 북핵 협상 30여년 역사에서 무수하게 등장했던 표현이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식 용어는 한반도 비핵화이지만, 한·미·일은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정부는 두 가지 표현 모두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제거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가 더 명확한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북한 비핵화라고 하지 않고 공식 문서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썼을까.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조현동 주미 대사 yooksa@newspim.com

실상은 정부의 설명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 두 가지 용어 속에는 매우 복잡한 의미와 역사가 담겨 있다. 이 용어는 북핵 문제의 최종 목표에 대한 각국의 입장 차이가 들어 있는 북핵 문제의 본질이다. 향후 협상이 재개되면 가장 핵심적 논쟁이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외교적 타협의 산물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이다. 1991년 노태우 정부는 미국의 전술핵 철수로 남한 땅에는 더 이상 핵이 없다는 의미의 '핵 부재 선언'을 했다. 핵개발 움직임을 보이던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제적 선언이었다. 이에 기초해 남북은 그해 12월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남북 비핵화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이 문서에서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말 그대로 한반도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현재까지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는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 북핵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에 등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1991년 남북 비핵화공동선언에 나오는 한반도 비핵화와 완전히 같은 의미라고 볼 수 없다. 한·미·일은 이 문서에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넣으려고 했지만,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는 중·러의 반발 때문에 결국 '평화적 방법에 의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in a peaceful manner)'라는 문구에 합의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타협한 용어다. 한·미·일은 한반도 비핵화가 곧 북한의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지만,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미국의 위협 제거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핵을 개발한 이유가 미국의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의 연장선상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미국의 핵우산 철폐와 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까지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남겼다.

남북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 대표단이 참가하는 북핵 6자회담이 2003년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모습. 6개국은 2년의 협상 끝에 9·19 공동성명에 합의했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북핵 당사국인 남북과 미·중·일·러가 합의한 이 문서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에서 쓰이는 공식 용어가 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대북 결의는 북핵 문제의 최종 목표가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임을 명시하고 있다.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2018년 5월 북·미 싱가포르 합의에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표현의 문제 넘어선 '북핵의 본질'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의 용어 논쟁은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다. 비핵화의 최종 단계(end state)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에서 북·미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곳이다.

북핵 문제 해결에 최적화된 협상 틀이라고 불렸던 6자회담이 깨지게 된 빌미를 제공한 것도 '한반도 비핵화'였다. 6자 합의에 따라 북한은 핵신고서를 제출했지만 이 핵신고서를 검증하는 문제에서 제동이 걸렸다.

2008년 7월 검증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6자회담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핵시설만을 검증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남북한 동시 사찰론'를 들고 나왔다.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으므로 한반도 전체가 검증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결국 6자회담은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해 그해 12월 회의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도 역시 '한반도 비핵화'였다. 북한은 회담을 2개월 앞둔 2018년 12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에서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열린 북미 2차 정상회담 단독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2018.02.28. [사진=뉴스핌 로이터]

논평은 "6·12 조·미 공동성명(싱가포르 합의)에는 분명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비핵화의 최종 단계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진 북·미의 정상회담이 깨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북한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이 1980년대부터 줄기차게 주장해 온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일치하는 개념이다. 1980년 12월 6차 당대회에서 김일성 주석은 "조선반도를 영원한 비핵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유엔에 한반도 비핵지대화 창설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1986년에도 한반도를 핵무기·핵기지가 없는 평화지대로 만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정부 성명을 냈다.

북한이 요구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어떤 것인지는 2016년 7월 북한이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공개한 '한반도 비핵화 5대 조건'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당시 북한은 ▲남한 내 미군 기지의 핵무기 공개 ▲남한 내 모든 핵무기와 핵기지 철폐 및 검증 ▲미국의 핵전력 한반도 전개 금지 약속 ▲북한에 대한 핵위협 중단 및 핵 불사용 확약 ▲한반도에서 핵 사용권을 가진 미군의 철수 등을 요구했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 합의에서 자신들이 주장해온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을 보다 선명하게 한반도 비핵지대화에 가깝게 명문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4월 문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북한 외무성 영문 홈페이지는 이 문장을 "turning the Korean peninsula into a nuclear-free zone"으로 번역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한반도를 비핵지대화하기로 약속했다는 주장이다.

[평양=뉴스핌] 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2018.09.19

그해 평양에서 남북 정상이 발표한 9·19 공동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였다"는 문구가 있다. 비핵화의 개념 속에 미국의 핵위협 제거가 들어 있음을 남북 합의문서에 담은 것이다.

◆공식 용어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

한·미가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일관되게 쓰기로 합의한 것은 북한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여전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공식 용어는 한반도 비핵화다.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과 북핵 문제를 논의할 때는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쓰겠지만, 중국과 이 문제를 논의할 때는 중국이 양해하지 않는 한 공식 문서에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다. 미국이 북한과 핵 협상을 재개한다고 해도 협상장에서는 여전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용어 논쟁은 북한과의 대화 초기에 협상의 진전을 위해 가장 어려운 본질적 문제를 우회하고 뒤로 미룬 미봉책의 결과다.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신뢰가 쌓인 후에 이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으로 조성해 놓은 '회색 지대'다. 이번 한·미의 용어 통일 결정은 '합의에 의한 비핵화'의 기대를 사실상 접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협상이 중단되고 불신이 커지면서 잠시 묻어 두었던 입장 차이가 이제는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된 셈이다. 

opent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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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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