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상태가 최상위 국가 범주에서 그 아래 단계로 하향 평가받았다. 비상계엄 선포와 이에 따른 정치적 혼란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7일(현지시간) 발간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은 전 세계 165개국과 2개 지역 중 3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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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아래쪽) 등이 탄핵 찬성 집회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서울대인 등이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핌 DB] |
이는 지난해 22위에서 10계단 내려간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full democracy) 국가로 평가받다가 지난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flawed democracy) 범주로 후퇴했다.
한국의 지난해 민주주의 점수는 총 10점 만점에 7.75점을 받았다. 이는 EIU가 민주주의 지수를 산출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한국이 받은 가장 낮은 점수다. 지난해 8.09점에서 0.34점 하락한 폭도 지수 산출 대상국 중 10번째로 컸다.
항목별로 ▲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9.58점 ▲ 정부 기능 7.50점 ▲ 정치 참여 7.22점 ▲ 정치 문화 5.63점 ▲ 시민 자유 8.82점을 얻었다.
EIU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시도에 따른 여파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국회와 국민 사이에서 극단적인 분열과 긴장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라며 "사법부는 점차 정치화되고 있고, 법은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노르웨이가 총점 9.81점으로 16년 연속 민주주의 지수 1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9.61), 스웨덴(9.39), 아이슬란드(9.38)가 뒤를 이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이 8.78점으로 12위에 올랐고, 일본(8.48) 16위, 한국 32위, 인도 41위, 말레이시아 44위 순이다. 중국은 2.11점으로 145위다.
미국은 전년보다 1계단 오른 28위(7.85점)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유지됐다.
전 세계 평균 점수는 5.17점으로 2006년 이후 사상 최저점을 경신했다. '완전한 민주주의'로 분류된 국가는 25개국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6.6%에 해당한다. 한국 등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는 46개국으로 전 세계 인구의 38.4%가 거주하며, 전 세계 인구의 39.2%가 '권위주의적인 체제' 아래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