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첫 발의 이후 4번째 시도… 보험업계·정치권 논쟁 격화
삼성전자 지분 19조원 규모 강제 매각..."지배구조 흔들린다" 우려
정치권 "특혜 해소·시장 반영해야"...전문가 "법률 불소급 원칙 위배"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국회에서 이른바 '삼성생명법(삼성생명법)'이 다시 발의되면서 보험업계 등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약 1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하며 이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8일 정치권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17일 이른바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취득 원가'가 아닌 '시장 가격(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20대, 21대 국회를 거쳐 이번 22대 국회까지 네 번째 발의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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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은 보험사의 손실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 지분의 평가 방식이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시가 기준으로, 주식 보유액은 취득 원가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8.44%로, 전날 종가 기준 시가로는 약 28조 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8.9%에 해당한다. 하지만 취득 원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1980년대 취득가를 적용해 약 5400억원으로 평가되며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의 0.1%에 불과하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를 초과한 약 19조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차 의원은 "보험업권만 자산 운용 비율 산정에 있어서 주식 등을 취득원가로 평가하는 것은 삼성 만을 위한 특혜"라며 "비정상적인 제도의 토대 위에 아슬아슬하게 쌓은 지배구조를 그대로 둔 채 기업가치만 높일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은 삼성생명 주주와 유배당 가입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혁신당은 이번 법안을 당록으로 채택하며, 이를 '삼성생명 제자리 찾기법'이라고 명명했다. 신장식 혁신당 원내대변인은 "취득가로 계산된 삼성생명 보유 주식 가격을 시장가격대로 올바르게 평가하자는 법"이라며 "현행법 자체에 왜곡된 부분을 정상화하고 삼성생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법률적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수십년 전에 취득한 주식을 이제와서 시가로 평가한다고 법을 개정하는 것은 '법률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법률 불소급 원칙이란 적법한 행위에 대해 사후적으로 이를 처벌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소급법을 제정할 수 없다는 법적 원칙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어 "시가는 주가 변동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기준으로서 적절하지 않다"며 "해외에서도 회계 기준상 취득가를 기준으로 삼도록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uny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