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 우려 속에 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가격은 단기물은 하락하고 중·장기물은 상승하는 '불 플래트닝' 그림을 그렸다.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 자산 선호가 강화되며 미 달러화도 이날 강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 개시를 선포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무역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해서는 10%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장중 멕시코산 수입품에 부과하기로 했던 25%의 관세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공포가 다소 가셨으나 4일 중국과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여전히 앞둔 불확실성이 이어지며 장기 채권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통신] |
글로벌 벤치마크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뉴욕 채권시장 오후 거래에서 전장 대비 2.8bp(1bp=0.01%포인트) 내린 4.539%를 기록했다. 30년물 국채 금리는 4.2bp 밀린 4.77%에 거래됐다.
반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2.1bp 오른 4.259%를 기록했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이날 장중 2년물과 10년물 수익률 차이는 24.7bp까지 좁혀지며 지난해 12월 말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이 같은 채권 시장 움직임에 대해 단기 채권 금리가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이에 따른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지연 우려를 반영하며 등락을 거듭했으며, 장기 채권 금리는 미 경제의 성장 둔화 우려를 반영하며 하락했다고 전했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유럽 수석 경제학자이자 전략가인 모히트 쿠마르는 "채권 시장은 인플레이션 재가열과 경제 성장 둔화 우려 사이에 당분간 갈팡질팡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날 미 달러화는 장 초반 3주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강세를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4일부터 멕시코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25% 관세 시행을 한 달 유예한다고 밝힌 이후 오름폭을 다소 축소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지수는 0.13% 오른 108.5를 기록했다.
장 초반 미국의 관세 폭탄 우려가 정점에 달하자 달러화 지수는 109.88까지 오르며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멕시코 페소는 3년 만에 최저치로 밀리며 달러당 21.2882페소에 거래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한 새로운 관세 부과 가능성도 시사하며 이날 이날 유로는 미 달러화 대비 장중 2.3% 급락하며 지난 2022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멕시코에 대한 관세는 유예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각국을 상대로 한 전방위적인 관세 위협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EU에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하고 중국산 재화에 대한 10% 추가 관세가 더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멕시코와 그랬듯이 대화를 통한 타협의 여지도 남아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시간 이내에 중국과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통해 관세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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