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중은행 최다 금융사고, 450억원 규모
내통위 3차례 가동에도 내부통제 미흡 이어져
그룹차원의 내부통제 단일화 필요, 대책 마련해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강태영 신임 NH농협은행장이 내부통제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지난해 시중은행 최다 금융사고의 불명예를 씻기 위해 전담조직 신설 등 다각적인 조치를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 이미 내부통제위원회(내통위)가 세 차례나 가동됐음에도 내부통제 강화 효과는 미미했다며 보다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농협중앙회에서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권력 구조에서 내부통제 시스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도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강 행장 취임에 맞춰 본격적인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5.01.16 peterbreak22@newspim.com |
농협은행은 지난해 시중은행 최다인 총 6건의 금융사고를 공시했다. 사고금액은 450억원으로 KB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으며 100억원이 넘는 대형 금융사고도 3건에 달했다. 내부통제 부실은 이석용 전 행장과 이석준 전 지주회장이 모두 교체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연말까지 준법감시인 인력을 기존보다 2배 증원한 122명으로 늘리고 내부통제 전담조직 신설 등을 추진한다. 강 행장은 디지털전략부장과 DT부문 부행장을 역임한 자신의 경력을 살려 '프로세스 시스템화'로 금융사고를 막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내부통제 강화 총괄 중책은 현 홍명종 준법감시인(부행장)에게 맡겼다. 2020년 농협은행에 합류한 홍 부행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한결,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린 등에서 활동한 법조인이다.
농협은행 내부통제 근간을 재정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6년차 장수 준법감시인이라는 강점을 살려 올해 강 행장이 강조한 전방위적인 시스템 강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그간 지적됐던 부분들은 반영해 내부통제 강화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홍명종 농협은행 준법감시인. [사진=농협은행] |
다만, 강 행장의 이 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업권에서는 기대 못지않게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조직강화 수준으로 해소하기에는 농협은행의 현황이 복잡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은행의 경우 지난해 내부통제위원회가 구성됐음에도 계속 금융사고가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지난해 8월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내통위를 만들고 총 3차례의 회의도 개최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시중은행과 달리 내통위가 가동됐음에도 내부통제 강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통위는 금융당국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반드시 도입하라고 강제하고 있는 조치로 이사회 차원에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조직적 대비를 점검하라는 일종의 최종 방어망 같은 의미"라며 "모든 시중은행이 다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행장이나 임원의 관리 의무를 관리할 수 있는 장치인데 이미 3차례나 회의까지 개최했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건 안그래도 실효성 논란이 큰 농협은행 이사회의 독립성 등을 다시 한번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간의 오래된 권력구도가 내부통제 강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이는 금감원도 농협중앙회 출신 직원이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건 내부통제 취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 사항이기도 하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 대주주인 농협중앙회가 지주와 은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지속적인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농협은행이 홍 준법감시인 체제를 5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것과 달리 지주는 거의 매년 담당자가 바뀌고 있으며 대부분 내부 출신이 번갈아가며 선임되는 상황이다. 은행 단위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추진해도 사실상 상부 조직인 지주, 나아가 중앙회에서 제대로 수용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등 관련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강 행장에게 붙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이라는 '꼬리표'도 향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중앙회장의 부당한 인사개입으로 은행장이 결정되는 관행에 은행 직원들의 불만이 오랫동안 축적돼있어 '강호동 라인'으로 불리는 강 행장을 향한 현장 분위기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농협 영업점 관계자는 "잇단 금융사고로 신뢰가 많이 손상돼 다들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매년 반복되는 상부 알력 싸움으로 영업단에서는 실망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내부통제 강화도 타 시중은행과 비슷한 조치가 아니라 경영진이 확실하게 책임지는 혁신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