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6일 현대차그룹 신년회 개최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 할 여유가 없다"
"첫 외국인 CEO는 혁신 의지의 표현"
"고객에게 답이 있다"...피터 드러커와 이순신 화두로
[고양=뉴스핌] 김승현 기자 = 어느 해보다도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2025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신년 메시지 키워드는 위기, 혁신, 그리고 고객으로 정리된다.
정의선 회장은 6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한 현대차그룹 2025년 신년회에서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이룬 성과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올해 글로벌 경영 환경을 '위기'라고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위기는 곧 기회"임을 강조하며 그룹 경영 전반에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결국 '고객'이 현대차그룹이 위기를 극복할 혁신의 방법임을 강조했다.
특히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화두로 던지며 임직원 개개인이 리더가 될 것을 주문했다.
[고양=뉴스핌] 김승현 기자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개최한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25.01.06 kimsh@newspim.com |
◆ "위기가 없으면 안이해져...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 할 여유가 우리에게 없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앞으로 많은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다. 피해 갈 수 없는 도전들"이라며 "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은 그 어떤 외부의 위기보다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들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외부로부터의 자극은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북미 시장을 최대 타깃 시장으로 잡고 있는 현대차그룹에게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분명 위기 상황이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축약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국정 철학은 미국 수출 기업에게는 큰 난관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중국은 물론 캐나다, 멕시코 등까지 포함하는 모든 외국에 대한 '관세 폭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팔고 싶으면 미국 영토에서, 미국인을 고용해 생산을 하라는 의미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12월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혼란과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침체 역시 현대차그룹의 위기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업계로 좁혀보면 현대차그룹은 생존을 위해 초대형 합병을 결정한 혼다, 닛산 및 글로벌 1위 토요타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또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중국 BYD(비야디)는 올해 한국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정 회장은 "우리가 예상하는 위기가 아니더라도 지금 세상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고, 고객들의 기대는 매일 높아지고 있으며,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작년에 잘 됐으니 올해도 잘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를 할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잘 버티자는 것은 좋은 전략이 될 수 없는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양=뉴스핌] 김승현 기자 = 현대차그룹은 6일 경기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정의선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2025.01.06 kimsh@newspim.com |
◆ "혁신 의지 힘차게 뻗어 나가야...첫 외국인 CEO는 혁신 의지의 표현"
정 회장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혁신'의 DNA로 극복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정 회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에게 닥쳐올 도전들로 인해 비관주의적 태도에 빠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며 "위기에 움츠러들게 되면 지금 가진 것을 지키자고만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해 왔다. 위기 이후 더 강해졌다"며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체질을 바꾸며 변화와 혁신을 추구해 온 우리는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DNA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 우리는 최초로 외국인 CEO를 선임했다. 혁신을 향한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 회사에서는 국적, 성별, 학력, 연차와 관계없이 오로지 실력 있는 사람이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열성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혁신을 향한 굳은 의지는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로도 힘차게 뻗어 나가야 한다"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기술 발전을 선도하고, 핵심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자와도 전략적으로 협력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이날도 강조한 '혁신'은 정 회장을 대표하는 대표 키워드다. 회장 취임 5년 차를 맞이한 올해까지 정 회장은 늘 혁신을 강조해왔다. 취임 전 '글로벌 5위' 완성차 기업을 '글로벌 3위'까지 끌어올린 힘도 혁신을 통해 이뤄졌다.
[고양=뉴스핌] 김승현 기자 = 현대차그룹은 6일 경기 고양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정의선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신년회를 개최했다. 2025.01.06 kimsh@newspim.com |
◆ "고객에게 답이 있다"...피터 드러커와 이순신 장군 리더십 화두로
정 회장이 강조하는 혁신의 목표는 결국 고객이다.
정 회장은 신년사 발표 후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 소통 세션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냐. 그 중심에는 고객이 있다"며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서 수익을 거두기 이전에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고 고객의 삶에 스며들어서 동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은 결국 개인을 위해 생활하고 제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불만이 없어야 한다"며 "외부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부인데 내부의 목적은 고객이고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고객에 포커스를 해야 한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각자가 고객을 생각한다면 고객에게 답이 있기 때문에 훨씬 문제 해결이 쉬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를 인용해 "성장 정체 기업들은 혁신과 적응에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특히 이들 기업 임원들은 고객 이익에 부합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정 회장은 신년회 말미에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 화두를 꺼냈다.
정 회장은 "이순신 장군은 조선 시대 임진왜란 때 자신의 일에 몰두했고 주변을 챙겼고, 엔지니어링적, 문과적인 식견도 탁월했고 작은 것과 큰 것, 모든 것을 잘 챙겼다"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행동이 우리한테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kim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