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채영 기자 = 가수 송골매의 '어쩌다 마주친 그대'. 1982년에 발매된 이 곡을 이른바 MZ세대인 필자가 아는 이유는 아버지가 취미로 밴드 활동을 할 때 특히 많이 들었던 곡이기 때문이다.
이 곡의 후렴구는 마치 '수능 금지곡'처럼 한 번 들으면 뇌리에 남아 계속 따라 부르게 된다. 매일같이 '탄핵'이라는 말을 듣는 어쩌다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다 보니, 어쩌다 마주친 '그대'가 아니고 '탄핵'을 나도 모르게 넣어 개사해 부르게 됐다.
윤채영 정치부 기자 |
그런데 영 이상한 말은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모두가 알듯 윤 대통령이 어이없게 자초한 탄핵이 아니던가. 야당이 탄핵, 탄핵 노래만 불렀지, 이렇게 빨리 현실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정말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탄핵을, 진짜 탄핵을 마주하게 됐을까.
또 마주칠 탄핵들이 남아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을 시도했고, 추후 남은 국무위원들까지 탄핵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쩌다 마주친 탄핵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뭘까. 긍정적인 영향일까, 사회 혼란만 부추기는 악일까. 야당의 명분 있는 탄핵이니 마냥 나쁘기만 한 건 아닌 걸까.
하나 확실한 건 정치가 실종됐고, 이 사실은 나쁘다는 것이다. 탄핵이 발발하는 것 자체가 사전에 물밑 작업이 없다는 것이고, 있어도 잘 안 된다는 것이며, 곧 정치가 없다는 뜻이다.
정치가 실종됐다고 하니 다소 지난한 말인 것 같다. 그럼에도 끝끝내 탄핵까지 온 상황은 우리 정치권에 진짜 정치는 실종됐다는 것이다. 탄핵당한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비상계엄을 한 이유로 "국회에 경고하기 위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그간 대통령과 여야 사이에 이토록 정치가 없어 결국 서로를 악의 축으로만 여기고, 서로를 최대 수단을 동원해 공격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정말 정치의 비극이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국민이 나쁜 상황을 맞닥뜨린 건 확실하다.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는 '불행한 국민'을 하루빨리 구제하는 것이 또 정치권 본연의 역할이다. 어쩌다 마주친 탄핵 말고, 어쩌다 마주친 통합, 뭐 이런 건 안 될까. 탄핵이 정국을 휘감았던 2024년을 5일 남기고 2025년 바람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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