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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공장 가동 중단'...고용불안 걱정하는 여수 산단 근로자

기사입력 : 2024년12월08일 07:05

최종수정 : 2024년12월08일 07:05

中 대규모 증설로 불황 장기화…중동도 증설 합세
LG화학 'NCC 2공장 매각'·롯데케미칼 '생산 중단'
근로자 "전원 전환배치 불가능…고용불안 우려 커져"

[여수=뉴스핌] 김아영 기자 = "과연 이 인력을 모두 전환 배치할 수 있을까요?"

지난 5일 여수 국가산업단지 일대에서 만난 한 기업 근로자 A씨(28)는 이같이 말했다.

최근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이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공장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하거나 매각으로 위기 돌파를 준비 중이다.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롯데케미칼 2공장에서 근로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문제는 기업의 이 같은 조치가 산단 근로자들의 '고용 유지' 불안감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믿지 않는 눈치다. 정부는 조만간 기업 간 자율 구조조정을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로 한 바 있다.

A씨는 "LG화학의 NCC 2공장 매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산단 근로자들의 불안감도 극심해졌다"며 "LG화학 (여수공장) 인력들은 다른 부서로 재배치됐다지만, 업황 전체가 안 좋은데 다른 기업도 (인력)전원 재배치에 성공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사내 하청 근로자의 경우 불안감이 더 극심하다고 호소한다.

20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B씨는 "여수 토박이라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산단 기업에 취업한 것이 자랑일 때도 있었는데 요즘은 친구들과 모이면 하루라도 빨리 다른 공장을 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며 "롯데케미칼의 경우 특히 상황이 안 좋아 인력 감축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B씨는 "회사 측이 (2공장) 매각 여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내부에서는 점차 중단되는 라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어쨌든 인력 재배치 이야기가 또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다른 부서 상황도 비슷할 테니 TO는 한정적일 것이고, 이 경우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먼저 감원 대상으로 거론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LG화학 여수 공장 앞에서 통근버스 회사 소속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에 대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아영 기자]

여수 산단 근로자들이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배경은 석유화학 업황과 관련이 깊다. 석유화학은 경제 상황에 따라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하지만 중국이 대규모 증설을 통한 물량 공세 전략을 펼치자 시장에는 공급 과잉이 발생했고, 결국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롯데케미칼은 4136억원,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310억원의 적자를 봤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회복 사이클에 접어들어도 수익성 개선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갖기 힘들뿐더러 중동에서도 추가 증설이 이뤄지고 있어서다. 사실상 공급 과잉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속속 '가동 중단' 및 '매각'을 선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일 여수 산단에 위치한 1~3공장 가운데 2공장 일부 생산 공정을 가동 중단했다. 2공장은 올해 상반기 페트(PET) 생산 라인을 멈춰 세운 바 있다. 이번 추가 중단으로 에틴렌글리콜(EG), 산화에틸렌유도체(EOA) 등의 라인까지 멈춘 셈이다.

외부에서 본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사진=김아영 기자]

앞서 LG화학도 지난 3월 스티로폼 원료를 생산하는 여수 SM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현재는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산단 근로자들은 회사의 구조조정을 이해하면서도 현재 직원들의 일자리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인터뷰에 응했던 산단 근로자 C씨(31)는 "업황 자체가 안 좋으니 비상 경영에 돌입하는 회사 입장도 이해하지만, 직원들은 생계와 직결된 문제라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최근 기사에서 본 구조조정 내용에 직원들에 대한 (사측) 이야기는 없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디고 있는 직원들도 회사의 미래 계획에 포함돼야 한다"며 "회사의 한 마디로 내부 직원들의 불안이 다소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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