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변경'안 부결... 신동국만 이사회 진입
'3인 연합 vs 형제 측' 이사회 구성 5대 5 '동수'
임종훈 "더 강한 리더십 발휘할 것"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사이언스 경영권을 둘러싼 두 번째 표대결이 무승부로 끝났다.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만 이사회에 진입하는 데 그치면서 이사회 구성은 3인 연합과 형제 측 5대 5로 동수가 됐다. 양측의 불편한 동거로 인한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사이언스는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시교통회관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신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7.86% 득표로 통과시켰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 현장 2024.11.28 sykim@newspim.com |
표결에 참석한 주식 수는 5734만864주로 이는 의결권 있는 총 주식수의 84.68%에 해당한다.
이날 임시 주총에는 이사회 정원을 11명 이내로 확대하는 1호 의안과 신 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2-1호 의안,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2-2호 의안, 자본준비금을 감액하는 3호 의안이 상정됐다.
분쟁의 승부를 가를 쟁점은 1호 의안의 통과 여부였으나 23.2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은 분산됐다. 표결 결과 찬성 주식수는 참석 의결권 수의 57.89%에 그쳐 특별 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상법상 정관 변경의 건은 특별 결의 안건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에 이사회 정원 확대가 좌절되면서 2-2호 의안인 임주현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은 자동 폐기됐다.
보통 결의 안건인 신규 이사 선임은 과반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2-1호 의안으로 상정된 신 회장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은 출석 의결권 수 대비 57.86%를 얻어 가결됐다. 형제 측이 제안한 3호 의안인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 또한 출석 의결권 수 대비 95.13%를 득표해 통과됐다.
앞서 3인 연합의 우호 지분은 44.97%, 형제 측의 우호 지분은 25.62%로 양측 모두 완벽히 승리를 거둘 만한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캐스팅보트로 거론된 국민연금공단은 6.0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어느 한 쪽 편을 들지 않고 주주들의 찬반 비율에 맞춰 의결권을 행사하는 '중립' 입장을 취했다.
신 회장의 이사회 진입으로 이사회 구성은 3인 연합 측 인사 5명, 형제 측 인사 5명으로 동수가 됐다. 3인 연합 측과 형제 측의 불편한 동거가 예상된다. 이사회 내에서 이견이 발생해 사업 추진을 위한 의사 결정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크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내년 3월 3인 연합 측 이사 3인의 임기가 종료되는 반면, 본인을 포함한 형제 측 이사 5인의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까지 지속돼 이사회 장악이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28일 임시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11.28 sykim@newspim.com |
임 대표는 주주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이사회에서 동수가 되는 상황이 되면서 제가 조금 더 강한 리더십 발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회사를 위한 결정은 다른 분들도 다 이해해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있을 한미약품 임시 주총도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 3인 연합과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 대표만 의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당초 오전 10시 개최 예정이었던 주주총회는 위임장 집계에 시간이 소요되며 4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됐고 일부 개인주주들은 반발했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신 회장을 찾기도 했다. 한 소액주주는 "이사를 하시겠다고 후보로 등록하셨으면 이 자리에 참석해서 본인이 왜 이사를 해야하는지 포부나, 주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실건 지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 회장 측 법률대리인이 다른 일정으로 인해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못했음을 대신 밝혔다. 신 회장이 참석하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한 소액주주는 "의안과 상관 없다"며 "빨리 투표를 진행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미약품은 다음 달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형제 측이 상정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해임 안건을 다룬다. 신동국 회장(기타비상무이사)을 이사진에서 해임하는 안건과 함께 형제 측 인사 2인을 신규이사로 선임하는 안도 상정한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가 한미약품 지분 41.4%를 보유하고 있어 대표이사 권한으로 신규이사 선임을 요청해 신규 이사진을 꾸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박 대표 해임 안건의 경우 특별 결의 안건으로 주총 참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미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은 1년 가까이 지속되며 한미약품그룹과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간의 분열로 치닫은 상태다. 한미약품은 지난 8월 독자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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