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인 교수 (단국대 대학원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최근 입장권 티켓 유통에 대해 소비자의 불편이 급증하고 있다. 흑백요리사에 나오는 쉐프의 식당 입장권 가격이나 매크로를 통한 유명 음악가의 입장권 접근권의 침해 등 다양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에 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거리의 쓰레기를 줍지 않는 행위나 다름 없다.
현행 공연법은 암표 거래금지규정과 스켈핑(영리 목적 매크로를 이용하는 대량구매행위) 규제규정 두 가지 유형을 가지고 있다.
먼저 암표 거래금지규정의 경우 흥행장,경기장,역,나루터,정류장,그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서 '웃돈'의 정의가 애매모호하며 정식판매처의 영업이익을 보호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하고 이 경우 적발시 2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와 같은 형사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둘째, 공연법은 부정판매의 정의를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자가 다른 사람에게 입장권 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법이 갖추어야 하는 요건,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법익의 균형성, 피해의 최초성 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인 교수. |
먼저 개인이 입장권 수장을 타인에게 판매하고자 할 때 이는 사적 자치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므로 국가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한 것이 아니다. 민법 제104조는 "당사자의 궁박, 경솔, 무경험으로 인한 폭리행위를 제재"하는데 본조는 형사처벌 규정은 없으므로 민사거래상 강행규정으로 볼 수 있어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는 규정으로 볼 수 있다.
첫 번째 요건인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법적인 거래라고 하는 부분의 경우 다른 거래와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 일반인은 공연 또는 스포츠 경기 주최자가 자신이 지정한 판매처가 어디인지 그러한 정보에 일상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본조의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일반인이 티켓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 승인 요건은 토지 규제 등의 부동산 거래나 문화재 매매와 같은 공공복리라는 뚜렷한 공익적 질서가 요구되는 것이므로 입법의 과잉금지의 원칙위반에 해당한다.
두 번째 요건인 "입장권 등을 상습 또는 영업으로"라고 하고 있는데 이는 '상습'의 불법성을 거래의 위험으로 보고 있는 것인지 '영업으로' 하는 거래의 위험을 규제하고자 하는 것인지 애매모호하다. 우리나라 형법에서 상습범은 일정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지르는 범인을 의미하는데 대개 동일한 범죄를 여러 번 저지른 경우에 해당하며, 2회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로소 상습범으로 간주된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2024.07.25 oks34@newspim.com |
그렇다면 본조에서 최초로 판매하는 것은 부정판매가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왜 같은 행위를 최초인지 두 번째인지를 구별하여 면책과 책임의 구별을 두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다. 상습범을 형법상 가중처벌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범죄의 반복성과 그로 인한 사회적 해악성을 추정하여 보다 엄격한 처벌을 도모하는 것인데 티켓을 구매하는 자는 현재 티켓을 매도하는 자가 상습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본조가 실효성을 가지게 해서 티켓 구매자가 이 계약을 무효로 하고자 하고 상습인지 알아보지 않은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면 이에 대한 정보는 플랫폼 사업자가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자 역시 상습거래 라는 개념의 정의를 내리는데 있어 상습의 기준을 거래의 상대방인 매수인으로 할 것인지, 티켓을 매도하고자 하는 자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알 수 없고, A 플랫폼에서 매도한 것과 B 플랫폼에서 매도한 것을 합산할 것인지, 자신의 플랫폼인 A 플랫폼 내에서만 상습의 수를 계산할 것인지 티켓 거래의 신속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이와 같은 여러 가지 계약의 해석이 불명확해지는 것이 적절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영업으로'요건도 재고가 요구된다. '영업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자와 '영업으로 하지 않고' 티켓을 판매하지 않는 자를 구별하는 실익이 과연 있는가? 우리는 '영업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자를 보다 시장에서 신뢰해 왔다. 이는 차기의 계속적 상행위를 유도하기 위하여 상행위를 업으로 하는 '영업으로' 티켓을 판매하는 자가 거래의 상대방을 덜 기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영업으로'가 불법성의 요건이 될 수 있는가?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권익위 9월 정례브리핑에서 '공연·스포츠경기 입장권 부정거래 근절 방안' 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2024.09.12 yooksa@newspim.com |
무엇보다도 '영업하는 자' 중에서 "입장권 등을 판매하거나 그 판매를 위탁받은 자의 동의를 받았는지 여부'를 국가가 일일이 검토하겠다는 것이 과도한 사적 자치의 제한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가 '영업하는 자'의 티켓 거래를 단속해야 할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
저작물에 있어서도 최초판매의 원칙상 이미 판매한 뒤에는 권리가 체화된 물품에 더 이상 권리자의 권한이 미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상습 또는 영업으로' 라는 요건으로 인한 반대적 규범해석으로 '비영리 최초행위는 면책된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상습'은 불법성으로 가중 요건이 될 수 있겠지만 '영업'은 오히려 국가로부터 규제를 받는 상행위이므로 오히려 신뢰되고 권장되어야 할 부분인데 이를 한번에 규정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영업'이 권장되지 않아야 할 사회에서의 행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도 있게 된다.
끝으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으로 판매하거나 이를 알선하는 행위"라는 요건의 경우 "자신이 구입한 가격"이 적합한 요건인지 의문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구입한 가격은 5,000원이었으나 티켓 가격이 10,000원인 경우 5,000원으로 판매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사적 자치의 원칙에 부합하는가? 반대로 "자신이 구입한 가격"이 10,000원인 경우 티켓 가격은 5,000원이라면 반드시 5,000원을 손해 보아야만 본조를 지킬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적 자치에 부합하는가?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가수 아이유 [사진=EDAM엔터테인먼트] 2024.04.04 alice09@newspim.com |
공정가격의 필요성은 어디까지나 사회에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는데 있다. 물가안정의 의무는 국가에게 있는 것이며, 시대에 따라 가격안정도모를 위해 일정한 상한가를 정하는 것은 필요할 수도 있겠으나 해외 입법이 판매자가 최초로 정한 티켓 액면가격의 10~25%를 정하고 있는 점을 볼 때 현행 기준인 "자신이 구입한 가격을 넘은 금액"을 불공정가격으로 보는 것은 재고의 여지가 존재한다.
그밖에도 판매행위를 제재하는 것은 이해되나 '알선'을 한 자까지 부정판매의 개념에 포섭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수용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알선은 어디까지나 어떤 사람이나 사건에 대해 중개하거나 연결해 주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는 형법에서 범죄의 실행을 도와주거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행위로 위법성으로 추정되어 정범을 돕는 방조범으로 인정된다. 공연티켓에서 알선행위는 티켓을 구매하는 플랫폼이라 할 것인데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야 면책될 수 있는지 본조는 불분명하다.
셋째, 스켈핑(영리적 대량 구매) 행위의 수단을 매크로로만 한정짓고 있는데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자는 검사나 소비자가 아닌 공연, 스포츠 티켓 판매 플랫폼 사업자, 즉 OSP이므로 OSP 의 책임 규정, 매크로를 통한 영리적 대량 구매 행위에 대해 모니터링 의무를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않는 한 실효성은 담보될 수 없어 매크로 행위의 적발을 위해서는 저작권법 제102조 내지 제104조와 같은 OSP의 주의의무가 논의되지 않으면 매크로 규제는 불가능하다. 특히 법률효과에 있어 각법마다 20만원 벌금, 1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벌금과 과태료~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벌금까지 걸쳐져 있어 티켓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태양 단독 콘서트 포스터 [사진=더블랙레이블] 2024.08.13 alice09@newspim.com |
일반인들이 그저 바라는 것은 시장질서의 확립으로 절차적으로 티켓 접근권이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매크로 등으로 스켈핑을 하여 얻은 거래를 무효화하고 처벌하여 일반인들에게 입장권을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입장권의 가격에 있어 과도한 히든 프라이스(수수료와 지정좌석에 대한 과도한 추가금액의 부당성)의 공정화와 표시의무, 티켓 액면가의 가격상한제, 실제 판매자가 실제 티켓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의 플랫폼 사업자의 확인, 개인정보보호 등의 부분이라 할 것이다.
공연기획사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최소수집과 최단기간의 보관이 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소년접근 금지공연을 제외하고 공연기획사가 개인정보를 일일이 알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공연을 봐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공연시장도 존재한다. 이를 위해 티켓 유통거래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전자상거래등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나 해외입법을 참고하여 별도 입법인 "입장권 유통질서에 관한 법률"(Ticket Act) 제정을 촉구한다.
※ 박정인 교수는 법학박사학위 취득후 공공기관에 근무하였으며, 이후 해인예술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문화행정학과 초빙교수, 단국대 IT 법학협동과정 연구교수에 이어 단국대 과학기술정책융합학과 연구교수로 있다. 대통령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본위원회 위원, 문체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심의위원, 문체부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의위원, 교육부 저작권검수위원, 경찰청 사이버범죄 강사 등 여러 국가위원을 역임하였으며, 특허법, 저작권법, 산업보안법, 과학기술법 등 지식재산과 산업 보안, 방위기술 전략 등의 이슈를 다뤄왔다. 그 밖에도 여러 시민연대, 장애인연대, 청소년복지, 주거복지를 하는 사회복지사로, 시민대상 역사문화해설과 문화재지킴이등을 하는 시민운동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스포츠법 책들을 차례로 저술하였고 발달장애인소프트볼협회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장애인체육종목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