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과 대결 격화되고 '평화 중재자' 이미지 훼손
북한, 파병 대가로 첨단 군사 기술 받고 더 대담한 도발 가능성
[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중국이 북한의 우크라이나전(戰) 파병에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파병으로 미국·유럽연합(EU)·한국 등 자유 세력이 더욱 똘똘 뭉치면서 러시아·중국·이란·북한 등 독재 권위주의 세력과의 대결 구도가 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을 얻게 될 경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줄고, 더 나아가 북한이 더욱 도발적인 행태를 보이면 일본·한국 등이 공세적인 군사 대응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2일 러시아 카잔을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신화사=뉴스핌 특약] |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만 해도 수교 75주년 맞아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라며 돈독함을 과시했던 북·중의 관계가 북한의 파병 결정으로 새로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매체는 "중국에게 북한은 유일하게 상호 원조 조약을 맺은 나라이고,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동맹 중 하나"라며 "중국이 중간지대에 빠져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마비와 무능 사이에 갇혀 있다"면서 "크렘린(러시아)을 도우려는 북한의 노력을 억제하는 방법을 모를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6·25 전쟁 이후 쌀과 연료 등 각종 원조와 무역이라는 수단을 통해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려고 했다. 특히 중국이 급격한 경제 발전을 거듭하는 동안 북한이 미국·일본·한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에 아랑곳없이 핵과 미사일, 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첨단 군사 기술을 전수받을 경우 북한은 더욱 대담하게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우크라전과 중동전쟁에서 '평화 중재자'를 자처해 왔다.
북한의 파병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 확인을 하지 않은 채 "모든 분쟁 당사국이 갈등을 완화하고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불에 기름을 붓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은 그 동안 자신을 평화의 세력으로 내세우며 미국에 대해 신냉전을 일으키려 한다고 비난했다"면서 "유일한 조약 동맹국인 북한의 파병은 중국의 이런 서사(narrative)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