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수년간 보고 문서 결재...담합 인식"
변 "담합사실 알지 못한 무거운 책임감"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9년간 아파트 빌트인 가구 입찰 과정에서 2조원대 규모의 담합을 벌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양하 전 한샘 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24일 시작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전 회장과 한샘·한샘넥서스·에넥스·넥시스디자인·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가구업체들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에게 직접 구두로 보고한 사람은 없다고 해도 객관적 문서로 담합의 취지가 보고됐고, 피고인이 수년간 이를 결재한 이상 피고인에게 담합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항소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최 전 회장이 한샘에서 근무할 당시 간부급으로 재직했던 임직원 1, 2명을 항소심에서 추가 증인으로 신청해 유죄를 입증하겠다고 주장했다.
최 전 회장 측은 "피고인은 한샘에서 약 25년간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회사를 전체적으로 책임져 왔다. 그 과정에서 담합사실이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근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 피고인은 담합사실을 알지 못했고 이를 독려하거나 종용한 사실도 전혀 없다"며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검찰이 주장하는 항소이유는 이미 1심에서 모두 심리된 내용이고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해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양하 전 한샘 회장. [사진=한샘] |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현장 783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입찰가격 등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빌트인 가구는 싱크대, 붙박이장과 같이 아파트 등 대단위 공동주택의 신축과 재건축 등 사업에서 주택의 시공과 함께 주택에 부착·설치되는 가구를 뜻한다.
검찰에 따르면 업체별 책임자들은 건설사 현장설명회 전후로 모여 낙찰 순번을 정하고 전화나 이메일, 모바일메신저로 입찰가격과 견적서를 공유해 '들러리 입찰'을 세우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담합한 입찰 규모는 9년간 총 2조3261억원에 달한다.
1심 재판부는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담합은 입찰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 범죄"라고 질책했다.
그러면서 한샘·에넥스에 벌금 2억원, 한샘넥서스·넥시스디자인·우아미에 벌금 1억5000만원, 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에 벌금 1억원을 각 선고했다.
최 전 회장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담합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이를 묵인한 게 아닌지 의심이 가는 다수의 정황이 존재한다"면서도 "범죄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