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보험금 지급 심사, 실손보험 민원 31%↑
실손보험 연간 적자 약 2조원…과잉진료 주요인
전문가, 명확한 치료 기준 마련해야 혼란 방지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조모(47) 씨는 지난 6월27일 왼쪽 어깨와 승모근 등이 아파 신경외과를 방문해 도수치료 등을 받았다. 조씨는 이틀 뒤인 지난 6월29일 현대해상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을 청구했다. 조씨는 1·2세대 실손보험을 갖고 있으나 청구한 보험금을 약 3개월 지난 10월 중순까지도 다 받지 못했다. 조씨는 과거 도수치료 등으로 보험금을 받은 건수가 있어 손해사정 등 조사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현대해상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며 1년 면책과 도수치료 20회 이하 등 조건을 걸고 동의를 구했다는 게 조씨 주장이다.
현대해상이 조씨 보험금 청구·지급 이력을 본 결과 2022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도수치료 약 90회와 체외충격파 약 54회에 대해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다. 현대해상은 조씨가 2년 가까이 도수치료를 받았으나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조씨에게 보험금 지급이 어렵다고 전달했다. 현대해상은 "(도수치료로) 잠깐의 통증만 없는 것을 치료로 보기 조금 어렵지 않겠느냐와 도수치료 외 더 근원적인 치료를 받아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며 "도수치료와 체외충격파가 24만3000원이었고 24만3000원 빼고 (보험금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신도경 기자] 한 정형외과 운동치료센터에서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동시에 진행한다. 2024.02.04 sdk1991@newspim.com |
보험금 지급이 거절되고 여러 조건이 붙자 조씨는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조씨는 "과잉진료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보험사에서 진짜로 아파서 치료를 받는 사람도 싸잡아서 (과잉진료로)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수치료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을 놓고 피보험자와 보험사 간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피보험자는 보험금을 빨리 받고 싶은 반면 보험사는 과잉진료에 의한 보험금 청구가 아닌지 살펴보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금융 민원 중 절반(53%)은 보험 민원이다. 또 보험 민원 중 절반(45%)은 보험금 지급 민원이다. 특히 실손보험 관련 민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접수된 실손보험 보험금 산정·지급 민원은 3490건으로 전년 동기(2651건) 대비 31.6%(839건) 증가했다.
실손보험 관련 민원이 증가하는 이유는 도수치료 등 비급여 항목 진료가 실손보험 적자 주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는 데 있다. 도수치료(근골격계질환 치료)는 비급여 실손보험금 지급 상위 5개 항목에 들어간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보험금 지급 증가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1조9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00억원 늘었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를 줄여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보험금 지급을 까다롭게 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 보험업계는 의료계에서 도수치료 과잉진료를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메스를 댈 계획이다. 실손보험 적자가 계속되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관계 기관 및 보험업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보험개혁회의에서 불필요한 비급여를 차단하고 필수 의료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실손보험을 개혁하겠다고 예고했다.
전문가는 실손보험 지급을 둘러싼 갈등을 줄이려면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도수치료 효과에 대한 의학적 기준을 마련하고 적정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수치료는 명확한 치료 기준 부재 및 의료기관별 가격 편차 등으로 소비자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적정 의료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도수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통원 1회당 보장 한도 설정 및 부담보·보장 제한 선택 특약 신설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