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뉴스핌] 양진영 기자 =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두 편을 만난다. 2004년 일본에서 개봉한 '뱀의 길'의 프랑스 리메이크작과 일본에서 9월 말 개봉한 영화 '클라우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제 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 후, 3일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상영된 '클라우드' '뱀의 길'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 취재진과 만났다.
일본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
구로사와 감독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를 고스란히 영화계에 몸 담아왔다. 1997년작 '큐어'로 주목받은 뒤 '도쿄 소나타(2008)'로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심사위원상, '해안가로의 여행(2014)/로 동 부문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스파이의 아내(2020)'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도 받았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선 대표작인 '뱀의 길'을 프랑스 영화로 리메이크한 작품과 '클라우드' 두 편을 선보인다. 구로사와 감독은 "한편은 프랑스 작품이고 한편은 일본 작품인데 두 영화가 전형적인 장르 영화고 어떤 의미에선 B급 영화다. 두 편을 한 해에 이렇게 촬영하는 제 나이의 감독이 있을까 생각하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인 '뱀의 길'은 나온 지 15년 만에 프랑스 영화로 셀프 리메이크 됐다. 구로사와 감독은 "제 의사는 아니었다"면서 "프랑스 프로덕션에서 감독님한테 5년 전에 질문이 왔고 작품 중에 다시 뭔가 찍고 싶다고 한다면 어떤 게 있을까 해서 주저하지 않고 뱀의 길을 떠올렸다"고 리메이크가 성사된 계기를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뱀의 길'의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
왜 '뱀의 길'을 골랐는지에 대해선 "처음에 각본을 영화 극본을 쓰신 타카시 히로시라는 분이 계신다. '링'의 각본을 쓰신 걸로도 유명하다. 정말 잘 쓰인 각본이었지만, 그때의 작품이 제 작품이라기보다 히로시 작가의 약간 성향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것으로 느껴졌다. 유독 이 영화는 내 작품이 아닐지도 몰라 생각했고 이번에 내 작품으로 바꿔야 되겠다 변환을 시켜야 되겠다는 욕망이 발동되지 않았나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작품은 '클라우드'라는 제목의 신작이다. 작년 11월부터 겨울에 걸쳐 촬영한 이 작품은 일본의 유명 배우 스다 마사키 주연작으로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 리셀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에게 폭력을 당하게 되면서, 익명성에 묻힌 증오와 광기의 분출을 그린 작품이다.
'클라우드'에 대해 구로사와 감독은 "4-5년 전부터 각본을 썼다"면서 "일본에서 본격적으로 액션 영화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얘기를 PD님이랑 같이 하다가 시작하게 됐다. 일본에도 공격적인 액션을 다룬 영화들은 있지만 현실과 너무 괴리감이 커서 판타지로 느껴지는 작품들, 등장 인물들이 야쿠자라든가 또는 경찰이라든가 살인을 한 사람 등인 영화가 많았다. 좀 다른 영화를 찍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클라우드'의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
이어 "일상에서 전혀 폭력성이 없는 일반인들이 마지막엔 결과적으로 서로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극한적인 관계가 그려지는 액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클라우드'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구로사와 감독의 구상대로 영화를 만들고자 했지만, 투자가 쉽지 않았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감독은 "각본을 쓰고 나서도 몇 년 동안이나 실천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었다. 스다 마사키가 흔쾌히 출연을 결정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가 있는지 모르지만 일본에선 젊은 남자 배우 중에 인기와 실력을 갖춘, 탑 수준의 배우다. 출연이 결정되고 투자해주시는 분들도 생겨서 감사히 촬영이 가능했다"고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일상적인 인물과 현실을 담은 영화적인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구로사와 감독의 욕망은 리메이크판 '뱀의 길'에서도 드러난다. 구로사와 감독은 원래 버전의 야쿠자 설정을 버리고, 프랑스 리메이크 작에선 주인공도 여자로 바꿨다. 시바사키 코우가 연기한 사요코 역은 이 영화를 더 일상적이면서도 낯설선 느낌과 함께 특별한 서스펜스를 더한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뱀의 길'의 한 장면 [사진=부산국제영화제] |
구로사와 감독은 "올해 개봉하는 '뱀의 길'은 딸을 누가 죽였고 거기에 복수를 하는 아버지의, 굉장히 심플한 구조다. 뭔가가 빠졌다라라고 생각하면 아내의 존재가 나오지 않는다. 저희 영화에선 리메이크 버전에서 일단은 애가 죽었으니까 복수를 위해 엄마가 있어야 되는 것이고 부부이니까 주인공을 여자로 바꿔서 한번 해보자라고 생각했다. 가장 크게는 주인공이 여자로 바뀌었고, 또 다른 피해자의 아빠가 같이 복수를 하는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 야쿠자 설정을 유럽으로 옮겨오면서 마피아로 바꾸지는 않은 이유도 있었다. 감독은 "야쿠자는 나쁜 사람이야라는 전형적인 약간의 틀을 가지고 시작한 영화였다. 리메이크를 하면서는 야쿠자 설정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그래서 재단의 설정을 가져왔다. 프랑스 리메이크에서까지 마피아를 입히고 싶지는 않았다. 마피아나 특별한 설정의 사람이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이 나중에 액션을 하는 순으로, 그러다보니 재단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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