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기업으로 국내 카뱅, 해외 SBI스미신넷·뱅코프 선정
PBR 7.3배 적용했던 카뱅, 최근 시장서 고전 '걸림돌'
시장 상황 안정적…상반기 주요 종목 수익률 38.7%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한 케이뱅크가 몸값을 최대 5조원대로 잡았다. 시장에서 예측한 범위의 하한선 수준이다. 카카오뱅크와 비교했을 때 비교 기업 선정부터 주가순자산비율(PBR) 산정까지 보수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장 시점을 전후해 고평가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최근에는 오너리스크로 주가가 흔들리고 있는 카카오뱅크의 선례에 '모험보다 안정'을 추구한 모양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뱅크) 케이뱅크는 지난 13일 코스피 상장을 위해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총 공모 주식수는 8200만 주로, 주당 공모 희망가 범위는 9500원에서 1만2000원이다. 최대 공모금액은 9840억원이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상장 후 시가총액은 3조9586억~5조원이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맡았다. 인수단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합류한다.
[서울=뉴스핌] 송주원 기자 = 지난 13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케이뱅크가 '상장 선배' 카카오뱅크의 절반격인 2.56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09.20 jane94@newspim.com |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적정 시가총액은 5조4048억원을 구했다. 케이뱅크가 상장에 재도전하며 시장에서는 약 7조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희망할 것이라 관측했지만 눈을 낮춘 모양새다. 상장 첫 도전 당시에는 기업가치가 최대 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 첫 출사표를 던진 시기인 2022년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836억원에 그친 반면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854억원을 달성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고려하면 더욱 보수적인 수치다.
희망 기업가치는 비교기업들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로 결정된다. 케이뱅크는 국내 대표 인터넷뱅크 카카오뱅크를 비롯해 일본 증시에 상장된 SBI스미신넷뱅크, 미국 나스닥 상장사 뱅코프를 삼았다. 최근 PBR이 높았던 브라질 누뱅크(9.84배)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PBR 5배 이상을 '비경상적인 멀티플'로 보고 제외했다.
카카오뱅크와 SBI스미신넷뱅크, 뱅코프의 PBR은 각각 1.62배, 2.96배, 3.11배로 평균치는 2.56배다. 케이뱅크의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 1조9556억원에 2.56배를 곱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공모가 하단 기준) 3895억원을 더하면 5조4048억원이 도출된다.
케이뱅크는 국내 인뱅 중 가장 먼저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비교했을 때 비교기업 선정에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비교군으로 삼을 국내 인뱅이 없어 ▲팍세그루디지털(브라질) ▲TSC그룹(러시아) ▲노드넷(스웨덴) ▲로켓컴퍼니(미국) 등 PBR이 월등히 높은 해외 금융사들을 비교기업으로 삼았다. 이들 기업의 당시 PBR은 ▲팍세그루디지털 8.8배 ▲TSC그룹 8.0배 ▲노드넷 7.6배 ▲로켓컴퍼니 4.6배로, 카카오뱅크에는 평균 PBR 7.3배가 적용됐다. 그 결과 카카오뱅크의 희망 시가총액은 18조5289억원까지 뛰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투자보고서가 잇달아 나오면서 장외시장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케이뱅크의 눈높이를 끌어내렸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주가는 2만1000원대로 올해 첫 거래일 대비 25%나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상장 첫날 33조원을 찍었으나 최근에는 10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의 구속기간이 길어지며 오너리스크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머지 비교기업들의 주가가 연초 대비 최대 90% 이상 뛰는 등 한창 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카카오뱅크는 케이뱅크에 큰 걸림돌인 셈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와 주관사단은 카카오뱅크를 비교 기업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내 유일의 상장 인뱅인 만큼 결국 한데 묶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비교기업 선정 배경에 대해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비교기업 선정 과정에서 국내외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업종 유사성, 재무 유사성, 사업 유사성, 일반 유사성의 4가지 기준을 적용했다"며 "비교 기업 선정을 위해 경쟁기업이라고 볼 수 있는 국내은행 외에도 모바일 기반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플랫폼 사업자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구가하고 있는 글로벌 인뱅을 비교기업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상장 첫 도전 당시 큰 걸림돌이었던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케이뱅크는 상장 첫 도전 당시 시장 침체에 따라 제대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 상장 추진을 중단한 바 있다. 케이뱅크가 상장을 포기한 지난해 2월은 IPO 시장 혹한기로 케이뱅크 외에도 컬리, 골프존카운티 등 유망 기업들이 증시 입성을 포기했다.
올해 시장에는 온기가 불고 있다. 지난 상반기 HD현대마린솔루션과 에이피알 등 대어급 IPO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상장기업수도 59개사로 과거(1999~2023년) 상반기 상장 기업 평균 46개 대비 역대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기관수요예측을 거친 29개 기업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124.1%를 보이며 역대 가장 높은 수익성을 보였다. 호황이었던 2020~2021년 및 지난해(84.8%)보다도 높은 기록이다.
지난달 시장 분위기도 안정적이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8월에 대어급 IPO 기업은 없었으나 종목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지속되면서 경쟁률 및 수익률 측면에서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상장한 종목 12개 중 주요 10개 종목의 공모가 대비 시초가 수익률은 38.7%를 달성했다. 공모가 대비 8월 말 종가 수익률도 28.6%를 보이며 양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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