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돌봄시간, 이미 확대 시행 중
"추가 채용 인건비 지원도 불명확"
[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 시범운영 기관인 '영·유아학교(가칭)'가 다음 달부터 운영을 시작하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대책 없이 각 기관을 합쳐 운영하는 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돌봄 시간 확대와 교사 한 명당 맡는 영유아 수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실질적 변화를 느끼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22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유치원 교사노조)는 다음 달부터 운영되는 영·유아학교가 성급하게 추진돼 당초 유보통합의 목표인 교육·보육 질 향상을 학부모들이 체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위치한 직장 어린이집에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종이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
유치원노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라는 서로 다른 기관의 겉모습만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 유보통합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시범 사업에서 교육부가 추진 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교사 역량 강화를 위한 학습공동체 운영', '이음교육', '직무연수' 등은 이미 국공립유치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국공립유치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추가 교사 배치, 행정 인력 배치, 학급당 유아 수 감축 등 국공립유치원 교육 여건 개선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여전히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교육부는 교사 한 명이 맡는 영유아 수를 줄여 3세 반은 기존 18명에서 13명, 4세 반은 22명에서 15명, 5세 반은 25명에서 18명으로 구성하겠다고 했지만, 추가 채용 교사의 인건비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범 기관에 교사를 추가 배치하는 경우 인건비의 몇 퍼센트를 지원한다는 가이드라인은 정하지 않았다"라며 "교육청 자체 예산과 연관해서 쓸 수 있게 했기 때문에 교육청별로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치원이 어린이집만큼 돌봄 시간을 늘리는 것도 기존 대책을 재탕했다는 소리도 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학부모 A씨는 "이미 유치원에서 아침 돌봄과 저녁 돌봄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이를 오래 두고 싶지 않아 이용하지 않고 있다"며 "시범학교에 다닌다고 해도 이전과 별다른 차이는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유보통합의 주요 쟁점 사항 역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시범학교로 지정된 유치원은 기존대로 3~5세 반만 운영할 수 있고, 시범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자격도 통합되지 않았다. 모두 관련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시범 사업은 '현행 법체계 내'에서 유보통합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재정 투입으로 가능한 과제들을 먼저 시행하는 사업"이라며 "교원 자격 통합 등은 법 개정 사항으로, 이번 시범 사업에서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다"라고 했다.
교육부는 지난 20일 유치원 68곳과 어린이집 84곳 등 152곳을 영유아학교 시범 학교로 선정하고 내달 1일 운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2026년 시행될 유보통합에 앞서 미리 시범 학교를 통해 각 기관의 장점을 학부모·교사 등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chogi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