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서 유무죄 엇갈려…대법서 벌금 500만원 확정
"피해자 진술 일관되고 구체적, 강제추행 유죄 인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경기보조원(코치)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 감독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휠체어 펜싱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재직하던 A씨는 2020년 8월 14~22일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전남 해안으로 합숙 훈련을 하러 갔다. 휠체어 펜싱은 신체적·감각적 장애가 있는 운동선수들을 위해 펜싱을 변형한 스포츠 종목이다.
A씨는 합숙 훈련 기간 중인 같은 달 17일 새벽 숙박하던 호텔 주차장에서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던 여성 경기보조원 B씨의 신체 부위를 강제로 여러 차례 만져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과 같이 B씨에게 '데이트나 가자', '뽀뽀나 한 번 하자'라고 말하며 신체를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피해자(B씨)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린 시기와 관련된 진술이 서로 모순되고 일관되지 않아 직접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선수 C씨가 "사건 발생 며칠 뒤 B씨를 포함한 다른 선수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A씨를 성추행범으로 엮어서 감독직에서 내리자'는 취지의 대화를 했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도 A씨를 비방하는 대화를 나눴다"고 진술한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1심은 "피고인과 일부 선수들의 사이가 좋지 않았고 피해자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피고인이 성추행 혐의로 징계 처분 등을 받아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바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이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은 "피해자의 진술은 주요 부분이 일관되고 매우 구체적"이라며 "원심이 지적한 부분은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다른 선수들에게 알린 시기에 관한 것인데 전체적인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로 모순된다거나 일관되지 않는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B씨 등과 술을 먹는 도중 A씨가 성추행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자고 입을 맞췄다', 'A씨는 B씨를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다른 선수가 작성한 진술서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면서 "(작성자가)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무서워서 작성한 것이고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진술했다"며 "당심에서도 피고인이 진술서 초안을 작성해 온 것이라고 증언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또한 "원심의 판단에 당사자주의,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심리주의, 피고인의 재판을 받을 권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shl22@newspim.com